세계의 내로라 하는 작가들이 한번도 받기 어렵다는 부커상을 사상 최초로 두번이나 받은 남아공의 작가 존 쿳시(61). 최근에는 노벨문학상 후보로 해마다 거론되는 그가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를 주인공으로 쓴 장편소설 '페테르부르크의 대가'(책세상 발행)가 번역됐다.소설가가 소설가를 주인공으로 한 데서 간파되듯이, 이 작품은 과연 소설쓰기 혹은 글쓰기가 무엇이며 작가의 창작윤리는 어떤 것인가를 묻는 소설이다. '글쓰기를 위해 영혼을 팔아도 되는가' 하는 파우스트적 물음을 던지는 셈이다.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도스토예프스키가 '백치'와 '악령'을 썼던 창작의 절정기였던 1869년이다.
쿳시는 도스토예프스키가 의붓아들인 파벨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온다는 가상적 설정을 한다.
쿳시는 도스토예프스키가 아들 죽음의 의문을 파헤치는 과정에도 글을 쓰기 위해 악마와 손을 잡고 펜이 춤추는 대로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는 것으로 소설을 끌어나가고 있다.
작가의 글쓰기는 영혼의 고갈상태, 근원적 죄의식, 순수하지 못한 욕망에서 비롯된다고 쿳시는 주장하는 듯하다.
실제 역사와 상황의 틈새를 파고 들면서, 선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주인공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는 그의 솜씨는 무거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을 읽히게 만든다.
쿳시는 소설가일뿐 아니라 수학자, 컴퓨터 프로그래머이기도 한 다재다능한 작가. 이 작품에서 '소설은 사유의 한 방식'이라는 그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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