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이끄는 이념은 자유민주주의다. 자유민주주의를 떠받치는 가장 근본적인 가치는 자유이고, 그 자유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양심의 자유 곧 사상의 자유다. 헌법 제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선언하고 있다.사상과 양심의 자유는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적 인권이지만, 특히 그 자유의 온전함에 마음을 써야 할 사람들은 문필가들이다.
사상과 양심의 외부적 표현 곧 양심 실현이 그들의 직업이기 때문이다.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얻기 위한 싸움의 역사는 문필가들이 겪은 박해의 역사이기도 하다.
에라스무스와 브루노에서 스피노자와 볼테르와 페인을 거쳐 김지하와 김남주에 이르기까지, 그 박해와 투쟁의 역사에 기록된 문인들의 리스트는 기다랗다.
자신이 살았던 극단의 시대에 누구보다도 용감하고 지혜롭게 사상의 자유를 옹호했던 볼테르는 "나는 당신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당신의 견해 때문에 박해를 받는다면, 나는 당신 편에 서서 싸우겠다"는 말로 그 자유의 일반성을 요약했다.
그러니까 사상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심리적 터전이라고 할 관용(톨레랑스)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미국의 대법원 판사 올리버 웬델 홈스가 유창하게 지적했듯, "사상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것은 우리가 동의하는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증오하는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다."
지금, 가장 넓은 폭으로 한국인 대부분의 사상의 자유를 속박하고 있는 차꼬는 국가보안법이다. 예컨대 불고지죄를 규정하고 있는 이 법 제10조는 명백한 위헌이다.
양심 및 사상의 자유는 어떤 경우에도 제한할 수 없는 절대적 자유로서의 침묵의 자유를 당연히 포함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양심 및 사상의 자유가 실효적이기 위해서는 그 자유가 한 개인이 양심상의 결정을 외부에 표현할 수 있는 자유까지를 포함해야 하므로, 제7조의 찬양ㆍ고무죄도 위헌의 소지가 크다.
우리가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경우는 그 양심의 표현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해치는 구체적 행위로 이어졌을 때뿐이다.
정부에서 국가보안법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일부 보수적 여론의 반발로 행보가 갈지자걸음이다.
정부가 법을 개정하려는 것은 북한이 반국가단체라는 전제 아래 이 법이 규정하고 있는 잠입ㆍ탈출죄(제6조)나 회합ㆍ통신죄(제8조)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남북간의 인적 왕래와 양립할 수 없다는 현실 인식에 일차적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이 지닌 악법성의 핵심은 사상의 자유의 포괄적 제한에 있다. 이 법의 개폐 운동에 나서는 것은 양식 있는 시민 모두의 의무이겠지만, 그것은 특히 문인들의 의무이고, 그 가운데서도 진보적 작가들의 모임인 민족문학 작가회의의 의무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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