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급 학교 개학과 입학식이 일제히 시작된 2일 새벽 4시.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는 때 아닌 행렬이 길게 늘어섰다. 오전 9시 전학업무를 담당하는 민원실이 문을 열 때까지 행렬은 이미 500여명을 넘어섰다. 고등학교 입학에 맞춰 자녀들의 전학을 신청하려는 학부모들이었다.
이날 하루에만 번호표를 받아간 전학희망자는 1,992명. 3일에도 장사진은 여전히 이어졌고 학부모 739명이 번호표를 받아갔다. 30여평의 민원실은 자리 다툼으로 고성이 오가는가 하면 질서유지를 위해 교육청 직원 20여명이 투입되기까지 했다.
전학 열풍이 불고 있다.
고교 신입생들의 전학이 가능해지는 3월을 맞아 지방에서 서울로, 서울 강북에서 강남으로 이동하는 학생들이 부쩍 늘었다.
2,3일 이틀간 전학을 신청, 새로 학교를 배정받은 학생은 모두 1,694명. 지난해 같은 기간 전학생(1,170명)보다 40% 이상, 99학년도(641명)에 비해서는 200% 가까이 폭증한 수치다.
이처럼 서울로, 강남으로 자녀들을 보내는 '맹모(孟母)들'의 열기는 수시모집을 위주로 하는 대입제도 하에서는 서울에서 공부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인식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서울시교육청이 이번 이틀간 전학생 내역을 분석한 결과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 온 학생은 800여명. 지난해 같은 기간(400여명)에 비해 100% 이상 늘어난 수치다.
고1 아들의 전학서류를 들고온 학부모 이모(45ㆍ경기 수원시)씨는 "학원 하나 제대로 없는 지방 소도시에서는 수시모집 위주의 입시제도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강북에서 강남으로 옮기는 학생도 폭증하고 있다. '근거리 배정 원칙' 고수로 강북 학생의 강남 학교 배정이 봉쇄되자 전학을 통해 강남학군의 '좋은 학교'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올해의 경우 강남은 학급당 학생수가 평균 39명인 반면 강북은 48명으로 교육환경 면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학부모 장모(43ㆍ여ㆍ서울 광진구 자양동)씨는 "강만 건너면 교육환경이 좋은 강남학군인데도 정식 배정을 받을 수 없어 전학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육청 관계자는 "이런 추세라면 3월 전체 전학생 수는 4,000여명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동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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