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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들 '적자炳' 셔트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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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들 '적자炳' 셔트를 내린다

입력
2001.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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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의 80병상 규모 A 병원 원장 B(50)씨는 지난 연말 15년 동안 운영해온 병원 문을 닫았다. 지난 1년 사이에 환자가 격감해 수입이 5억원 이상 줄어 직원 월급 조차 주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외래수익은 1년동안 30% 이상, 입원수익도 10% 가량 감소했다. A씨는 "병원을 그만두었지만 지금까지 진 빚 7억원을 갚을 길이 막막하다"고 걱정했다.■ 셔터를 내리는 병원

대한병원협회가 5일 발표한 '전국 병원 휴ㆍ폐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금년 1월까지 총 51곳의 병원 및 종합병원이 폐업(44곳)하거나 휴업(7곳)했다. 이는 국내 전체 병원급 의료기관 894곳의 6%에 해당하는 수치다.

특히 지난해 8월 의약분업이 전면 시행된 이후에 문을 닫는 곳이 늘어 의료망이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전체 휴ㆍ폐업 병원의 30%에 육박하는 15곳으로 가장 많고 경기 7곳, 전북 4곳, 부산 광주 각 3곳 등이었다.

병원들이 문을 닫은 이유로는 경영악화가 26곳으로 가장 많았고, 부도난 것도 8곳에 이르렀으며, 종별 전환을 한 곳이 7곳이었다.

■ 참담한 적자 보고서

의약분업 시행 이후 병원 회계장부는 말 그대로 적자 투성이다. 병협이 전국 47개 대학병원 및 중소병원을 대상으로 수익 실태를 조사한 결과 지난 1년 동안 병원당 평균 수익은 대학병원 63억2,000만원, 종합병원 26억8,000만원, 병원 5억2,000만원 가량 감소했다.

특히 중소병원과 종합병원 외래수익은 각각 21.4%(5억1,200만원), 20.5%(20억원)나 줄어 가장 큰 폭의 감소를 보였으며 환자들로 북적대던 대학병원 외래수익도 18.7%(74억원)가 빠졌다. 정부가 재정부담을 감수하면서 작년 7월 이후 3차례 총 17.4%의 병원 진료수가(酬價)를 올렸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았던 셈이다.

■ 외래환자들의 외면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외래환자 감소다. 지난 한해 대학병원 외래환자는 14.7%, 중소병원 10.3%, 종합병원이 10.1%나 줄어들었다. 대학병원의 경우 1차 진료과목이 없어진데다, 처방전 발행으로 환자들이 대거 집 근처 동네의원으로 몰리는 바람에 좋았던 시절이 다 지나갔다.

종합병원과 중소병원은 1차 진료 기능이 있는 데도 환자 본인부담금이 의원급(2,200원)에 비해 5배 이상 많은 1만1,155원에 달해 외래환자들이 갈수록 기피하고있다.

■ 병원 붕괴, 방치해도 되나

전문가들은 병원들의 잇따른 휴ㆍ폐업은 과잉 진료를 오히려 부추기고 진료의 질을 떨어뜨리는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을 강도 높게 주문하고있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 변재환(卞在奐) 박사는 "의료진과 시설면에서 건실한 병원이 환자 감소로 문을 닫는 일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며 "정부는 건강보험 수가의 현실화와 병원 외래환자 본인 부담금제 개선 등을, 병원계는 과당경쟁 지양과 경쟁력 강화 등 자구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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