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을 둘러싸고 부시행정부와 견해차이를 나타내고 있는 현실은 안타까운 노릇이다. 부시행정부가 전임 클린턴 행정부와는 달리 대북정책에 관한 한 매우 현실적이고 보다 상호주의적일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돼 왔던 터이다. 그래서 우리가 기회 있을 때 마다 거국적이고 총체적인 대책마련을 요구해 온 까닭이다.부시 행정부의 외교 안보 팀이 구성될 무렵 정부는 다각적인 방법으로 이에 대처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
미 새 행정부가 한반도 안정의 기본축이라 할 수 있는 제네바 합의의 손질 가능성을 시사했을 때 조차도 우리 외교 안보 팀은 '아무리 미국이라도 근본 틀 까지야 손 댈 수 있을까'하는 안이한 태도였다. 그러나 '설마'했던 일이 점차 현실로 다가서는 형국이다.
미국 하원의 중진 의원들이 대북정책에 대한 철저한 재검토가 완료될 때까지 경수로 사업의 보류를 촉구했다는 사실 역시 같은 맥락이다.
또 경수로 대신 화전건설 견해도 미국측의 일방적 처사임에 틀림없다. 가뜩이나 경수로 건설의 공사지연 책임을 윽박 지르고 있는 북한에 제네바 합의 파기의 빌미를 제공하는 일이 아닐지 모르겠다.
요즘 한미간에 돌아가고 있는 현상을 보면 '너는 너대로 떠들고, 나는 나대로 지껄이겠다'는 식이다. 공조니 정책협의니 하는 말들이 사라진지 오래다.
미국의 실무진 미구성이 더 이상 핑계일 수 없다. 지금이라도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 강대국간의 예민한 문제를 쉽게 생각했다가 망신을 산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방문때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오늘 김대중 대통령의 방미등정은 보다 신중한 가운데 이뤄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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