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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ㆍ칠레 FTA' 농민반발에 협상 난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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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ㆍ칠레 FTA' 농민반발에 협상 난기류

입력
2001.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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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당초 한ㆍ칠레 양국 협상 대표단은 이번 주 중 칠레 산티아고에서 제 5차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양측의 입장차이가 너무 커 협상 자체가 무산됐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실무팀 4~5명을 6일 산티아고로 보내 칠레 정부의 정확한 입장을 확인하고 양측의 의견을 조율할 계획이다.최대 쟁점은 상호 경쟁우위 품목인 농산물(칠레)과 공산품(한국)의 개방 폭이다. 칠레는 세계적인 농산물 수출국이며, 특히 포도와 자두, 키위 등은 세계 1, 2위의 수출 품목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자동차, 냉장고, 세탁기 등 공산품을 주로 수출하고 있다.

결국 협상이 타결되려면 우리측이 농산물 분야에서, 칠레는 공산품 분야에서 상당한 양보를 해야 하는데 국내 정치ㆍ경제 여건상 양측 모두 쉽게 양보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농민단체 회원 2,000여명은 5일 정부 과천청사 앞에서 협상 반대 시위를 벌인데 이어 조만간 전국에서 10만명 이상이 참가하는 대규모 농민 궐기대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민주당도 이날 당정회의에서 포도, 사과, 배 등 주요 관심품목을 협상에서 제외할 것을 정부측에 요구하고, 이 같은 요구가 반영되지 않으면 협정 비준안 처리에 반대키로 했다.

농민단체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칠레와 FTA를 체결할 경우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다. 우선 칠레 시장이 우리나라의 5분의 1에 불과하고, 이미 우리의 주요 공산품이 시장의 20~60%를 점유하고 있어 공산품의 추가 수출효과는 크지 않은 반면, 농산물의 수입개방으로 인한 국내 농업 피해가 너무 크다는 주장이다. 또 FTA가 체결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서 더욱 거센 개방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정부로선 첫 FTA 협상을 통해 개방의지를 대외적으로 보여줘야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고 실제 미국 등 농산물 수출국들은 이번 협상에 상당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가 당초 칠레를 FTA협상 대상으로 정한 데는 계절이 반대여서 산업적으로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는 점이 작용했다. 우리나라 과일이 생산되지 않는 겨울철에 칠레산 과일이 생산되기 때문에 국내 농업 피해가 크지 않은 반면, 시장개방으로 인한 직ㆍ간접 효과는 클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정부는 5차 협상안에서 우리의 관심품목인 포도는 계절관세를 적용하고, 쇠고기와 사과, 배는 WTO 농산물협상 이후로 미루자는 관세 양허안을 마련했으나, 협상 무산으로 테이블에도 가져가지 못했다. 칠레가 협상 시일이 임박한 지난 주 자동차 타이어 세탁기 냉장고 등 우리의 수출 관심품목을 협정에서 제외하자는 새로운 양허안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이 같은 양허안은 당초 4차 협상까지 칠레가 제시했던 안보다도 대폭 강화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칠레가 돌연 강경한 입장을 취한 배경을 알아본 뒤 정부 입장을 정할 것"이라며 "5차 협상 일정은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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