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의 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해 국제청소원정대가 구성됐다. 우리나라와 일본, 그루지아공화국, 중국의 산악인 10명으로 구성된 원정대는 21일 네팔의 카트만두에 집결, 중국 티베트의 라사를 거쳐 에베레스트 북면으로 올라 텐트 등 버려진 등산용구를 수거할 계획이다. 국제 원정대까지 구성해 쓰레기 수거에 나서기는 이번이 세계 처음.'액션 8,848'이란 '작전명'까지 붙은 이 일에 우리나라 산악인으로는 유일하게 참가하는 이상배(李相培ㆍ47)씨는 "아무리 전문가라도 하산할 때면 힘이 빠져 장비를 두고 오거나, 눈사태로 텐트째 묻히는 일이 있는데 이 때문에 산소통 음식물 포장지 등이 많이 버려진다"며 "그렇지만 산사람 때문에 쓰레기가 발생했으므로 처리도 우리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동기를 밝혔다.
더욱이 에베레스트는 만년설과 얼음으로 뒤덮여 있어서, 버려진 쓰레기가 썩지 않으며 이 때문에 먹다 남긴 음식이나 배설물까지도 원형 그대로 남아있다.
경남 양산에서 패러글라이딩 장비 판매와 강습을 하는 이씨는 96년 초오유(8,201㎙), 97년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5,895㎙), 98년 남미 최고봉 아콩가우아(6,960㎙), 99년 가셔브룸2봉(8,035㎙) 등을 오른 전문 산악인.
이씨가 이 일에 나서기로 한 것은 일본의 젊은 산악인 노구치 켄(野口健ㆍ27)의 권유에 따른 것이다. 노구치 켄은 99년 최연소로 세계 7대륙 최고봉을 등정한 산악인으로 초오유봉 등반 중 우연히 만나 지금까지 가깝게 지내고 있다.
노구치 켄은 지난해 단독으로 에베레스트 청소에 나서 1.5톤의 쓰레기를 수거했으며 이중 일본 상표가 붙은 것만 따로 가져가 일본에서 전시, 경각심을 촉구했다. 노구치 켄은 지난해 11월 이씨에게 올해에는 국제 원정대를 구성하자고 제안했고 이씨도 이를 받아들였다. 비용은 노구치 켄이 일본 기업 등에서 받은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이번 쓰레기 작업에는 고산족인 셰르파 40명과 고산 가축 야크도 동원된다. 목표량은 2톤. 8,300㎙ 지점까지 올라가 눈과 얼음을 헤치고 쓰레기를 손으로 집어 포대에 담은 뒤 내려와야하기 때문에 일반 등산보다도 훨씬 힘들 것으로 이씨는 예상한다.
이씨는 "산악인들이 극지에 대한 도전 정신만을 강조한 나머지 충분히 가져올 수 있는 쓰레기마저 두고 온 적은 없는지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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