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아셈 회의 단지에 짓고 있는 카지노 시설을 둘러싼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정업자에게 엄청난 특혜를 주기로 미리 약속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관련 부처는 부인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약하다.오히려 사전내락 의혹을 더하는 사실들이 잇달아 드러나고 있다. 냄새 짙은 의혹을 마냥 뭉개고 있을 게 아니라, 서둘러 진상을 규명해 국민 앞에 소상하게 밝히는 것이 정부의 신뢰 손상을 줄이는 길이라고 본다.
정부와 서울시의 해명을 곧이 믿으면, 한무 컨벤션이란 업체는 무모하기 짝이 없다. '하늘의 별 따기'같은 카지노 면허를 받아 낼 보장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몇 백억원을 들여 덜렁 카지노부터 짓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호텔과 카지노 건설자금을 은행에서 빌렸다니, 대단히 통 큰 도박을 벌인 셈이다.
그러나 별로 알려지지도 않은 업체가 사업을 진행한 경위를 살펴보면, 정부 정책변화를 마치 도박꾼이 상대 패를 꿰뚫어 보듯이 훤히 읽은 듯 하다.
이 업체는 다른 업자가 짓던 오피스텔 건물을 98년 8월 인수했다. 그 직후인 98년 12월 정부는 국제공항 등이 있는 도시와 관광특구의 특1급 호텔에만 허가하는 카지노를 국제회의 시설에도 허가할 수 있도록 관광진흥법을 고쳤다. 이 개정법이 적용될 곳은 아셈 단지 한 곳 뿐이다.
이어 다음해 9월 업체는 사무실 전용건물을 위락시설로 설계 변경했고, 몇 달 뒤 다시 '가족호텔'로 서울시의 사업승인을 받았다.
이때부터 이 업체가 카지노 사업에 진출한다는 소문과, 정치권 언질을 받았다는 뒷말이 무성했다고 한다. 가족호텔은 카지노 허가대상이 아니지만, 특1급 관광호텔 지정은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과도적 편법을 쓴 것으로 의심할 수 있다. 실제 카지노 공사를 감행한 사실이 의혹을 뒷받침한다.
경위가 이런데도 법개정과 사업승인 등 모든 조치가 업자의 '모험'과 무관하다고 해명하는 것은 도무지 어색하다.
용도변경 등에 수십 개 기관이 관여했는데도, 아무런 반대 없이 일사천리로 통과시킨 것은 실로 해괴한 일이다. 막강한 배경과 로비 없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대한민국의 상식이다.
정치권 실세 개입설에 총리와 장관의 의혹성 발언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런 판국에 고작 "건축법 위반이 있으면 시정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우습다.
결정적 의혹이 불거져 낭패하기 전에, 정부 스스로 진상을 밝혀 관련자를 문책하고 과오를 바로 잡는 것이 올바른 대처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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