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요시로(森喜朗) 일본 총리의 불명예 퇴진이 초읽기에 들어 갔다. 마지막 과제였던 2001년도 예산안이 2일 중의원을 통과함에 따라 자민ㆍ공명ㆍ보수당 등 연립여당은 잠시 미뤄 두었던 '모리 끌어 내리기'에 본격 착수했다.민주당 등 야당이 5일 제출할 예정인 내각 불신임안과 관련, 공명당의 간자키 다케노리(神崎武法)대표는 2일 저녁 "불신임안에는 반대표를 던지겠지만 그것이 모리내각을 신임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공개적으로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보수당의 오기 치카게(扇千景) 당수도 3일 "자민당 실력자들이 전면에 나설 때가 됐다"고 모리총리의 퇴진을 기정사실화했다.
자민당내의 퇴진론도 걷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소장파 의원들로 구성된 '일본의 내일을 만드는 모임'은 2일 국회에서 총회를 열고 조기 총재선거를 요구하는 긴급 동의안을 13일의 당대회에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최대 파벌 하시모토(橋本)파의 실력자인 아오키 미키오(靑木幹雄) 참의원 간사장조차 "불신임안과 당내의 의견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공명당의 주장에 호응했다.
하시모토파는 이미 후임 총리 후보 물색에 들어가 있고 방패막이 역할을 해 온 에토ㆍ가메이(江藤ㆍ龜井)파마저 '모리 사수'자세를 누그러 뜨리고 있다. 이에 따라 자민당은 고가 마코토(古賀誠)간사장이 직접 모리총리의 퇴진을 종용, 13일 당대회 이전에 퇴진 의사를 밝히고 4월에 자민당 총재를 새로 선출, 총리 후보로 지명하는 구체적인 퇴진 절차를 다듬고 있다. 문제는 마땅한 후임 총리 후보가 없다는 점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후생성장관이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으나 모리파 회장이어서 '모리색 빼기'에 어울리지 않는다. 오랫동안 막후 총리 역할을 해온 노나카 히로무(野中廣務) 전간사장을 전면에 세우려는 움직임도 활발하지만 본인의 거부가 원체 강하다. 그 틈을 비집고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전총리나 고가간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당내의 의사가 모아지지 않았다.
이런 인선의 불투명조차 더 이상 모리총리의 연명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가장 큰 요인은 주가와 내각 지지율의 뚜렷한 비례 경향에서 보듯 시장이 모리정권의 어떤 경제 대책도 신뢰하지 않아 퇴진이 최선의 경제대책으로 여겨지고 있다.
실습선 침몰 사고 당시 골프를 계속한 데서 비롯한 자질론이 퇴진론의 직접적 도화선이었지만 또 다른 악재도 등장했다. 그는 지난해 외무성과 아무런 상의없이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요미우리(讀 賣)신문은 4일 문제의 친서는 모리총리가 직접 써서 팩시밀로로 베이징(北京)에 머물던 북한 아태위원회 황철민(黃哲民) 상무위원에게 보냈다고 폭로했다. 북한 당국이 진위를 의심할 정도였다니 회생 불능의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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