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계열사로는 처음으로 고려산업개발이 부도처리 되면서 그룹의 다른 계열사들은 "혹시나 불똥이 튀지 않을까" 긴장하며 발을 빼려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현대측은 "고려산업개발의 부도가 다른 계열사로는 파장이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부도 여파를 최소화 하기위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현대측은 "다른 계열사들이 고려산업개발에 대해 지급보증을 서지 않았기 때문에 주식 지분만큼 손실을 보는 것 외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단지 심리적으로 현대 계열사들이 위축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최대주주인 현대중공업측은 "계열분리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떠안았던 고려산업개발을 겨우 유지해 왔으나 더 이상 도울 여력이 없다"며 살릴 의지가 없음을 확실히 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6월 현대중공업에 고려산업개발의 보유 지분을 매각해 아무런 관계가 없어졌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계열사인 현대캐피탈이 고려산업개발에 900여억원의 여신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모기업 현대건설 역시 스스로 살아가기도 벅찬 상황이라 도울 여력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 고려산업개발 지분구도
고려산업개발의 최대주주는 정몽준(鄭夢準) 현대중공업 고문계열의 현대중공업(22.88%)과 현대미포조선(1.64%)으로 총 24.52%를 보유하고 있다.
또 현대건설(2.82), 현대상선(4.91%), 현대종합상사(3.92%) 등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 계열도 11.65%를 보유하고있다.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정몽구(鄭夢九) 회장의 현대자동차가 고려산업개발의 최대주주였다.현대차는 그러나 현대그룹과 계열분리하기위해 지분의 19.74%를 현대중공업에 넘기면서 손을 뗐다.
지금은 현대차 계열의 인천제철이 2.99%의 지분을 소유하고있을 뿐이다.
■계열분리의 희생양
고려산업개발은 현대그룹이 건설, 자동차, 중공업계열 등으로 핵분열을 하는 과정에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어 이리저리 주인이 바뀌다 결국은 부도를 맞는 운명에 처했다.
당초 고려산업개발은 정주영(鄭周永) 전 명예회장이 1990년에 사망한 4남 몽우(夢禹)씨 몫으로 남겨둔 계열사.
몽우씨 부인 이행자(李幸子)씨의 오빠인 이진호(李震鎬)씨가 지난해 6월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 와중에서 회장으로 임명됐다.
이 회장은 그러나 지난해 12월 채권단이 "대표이사로서 채무에 대한 보증을 서라"고 요구하자 사표를 낸 뒤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후 고려산업개발은 주인 없이 떠돌다 현대건설의 유동성위기 등으로 자금위기에 봉착하면서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등에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으나 모두 거절 당했다.
/조재우기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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