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은 살아가기가 너무 힘들어요. 비전도 안보이고 자녀교육을 위해서라도 새 땅에서 새 희망을 찾아 봐야겠어요."한국국외이주알선법인협회 주최로 3~4일 이틀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 태평양관에서 열린 '해외이주ㆍ이민박람회'와 '해외유학박람회'에 4만여명이 몰려들어 500여개 부스마다 북새통을 이뤘다.
30~40대가 대부분인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우리 사회에 대한 실망과 함께 '떠날 궁리'를 토로했다. 아내, 두 딸(8,9세)과 함께 온 정모(38ㆍ경기 군포시)씨는 "직장(정수처리업체)생활 10년째인데 정리해고와 임금삭감으로 불안만 쌓였다"며 "낯선 땅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캐나다로 이민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기업 직원인 이모(34ㆍ경기 화성군)씨는 "엄청난 사교육비를 부담하며 입시지옥에 시달리게 하느니 차라리 외국에서 아이(4, 2세)를 공부시키는 것이 낫다"고 털어놓았다.
청년들도 마찬가지였다. 명문 사립대 4학년인 김모(26)씨는 "이 사회에서 설 자리를 찾을 수 없어 미국으로 유학 가 정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대 3학년인 김모(27)씨도 "젊은이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이 사회에서 비전을 찾을 수 없다"며 "유학과 이민만이 대안"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유석춘(柳錫春ㆍ사회학) 교수는 "최근의 이민이 중산층 이상 사회 중심세력이 주류인 것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라며 "교육과 실업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와 기회를 보장하는 시스템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녹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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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찬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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