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 캘리포니아의 생명공학회사 스템셀스(Stemcellsㆍ간세포)가 인간 뇌 간(줄기)세포를 주입한 쥐를 만들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2월 26일자 3면). 쥐가 성장하면서 인간 뇌세포도 함께 자란다는 것이다.그렇다면 이 쥐는 인간만큼 똑똑해질까? 연구에 참여한 어빙 와이스만(스탠포드대) 교수가 "쥐 두뇌의 얼마만큼 인간 뇌세포가 차지할지는 윤리학자가 결정할 문제"라고 말한 것처럼 인간 뇌세포를 가진 쥐를 어떻게 대우해야 할까. 많은 독자들이 이 같은 의문을 전해왔다.
결론적으로 이 쥐가 인간만큼 똑똑해질 것이라는 상상은 성급한 추론이라는 것이 국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인간의 지능은 세포에 담긴 능력이 아니라 두뇌구조 등 시스템의 능력이기 때문이다. 또 이식된 인간 뇌세포가 제대로 기능할지도 예단하기 어렵다.
사실 인간 세포를 가진 실험동물 즉 '인간화한 동물'은 이미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인간에게 필요한 단백질 등을 동물 체내에서 만드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백혈구증식인자(G- CSF)를 젖으로 분비하도록 하기 위해 국내에서 연구했던 흑염소 메디도 그 예다.
이런 동물은 유전자조작을 통해 태어날 때부터 인간 유전자를 갖는다. 반면 인간의 질병을 연구하기 위해 인간의 세포를 동물에 이식하는 경우도 많다. 동물 체내에서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면역거부 유전자를 제거한 '누드 마우스'를 주로 쓴다.
스템셀스의 연구는 후자에 속한다. 뇌는 면역작용 등 생리작용을 총괄 제어하는 통제실이지만 스스로는 면역거부작용을 하지 않는다. 뇌 세포 이식은 다른 장기나 조직에 비해 오히려 어렵지 않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식된 인간 뇌세포가 기능을 하느냐는 것이다. 뇌 질환을 연구하는 포항공대 신희섭 교수는 "인간 뇌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을 쥐의 뇌에서도 분비하고 뇌세포끼리 전달하는 정상 기능을 해야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알츠하이머, 뇌졸중, 파킨슨씨병 등을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상 기능'을 확인한 성공사례는 없다.
지능은 호르몬 분비 등 세포의 기능과 또 다른 문제다. 인간의 지능이 높은 것은 '똑똑한 세포' 덕분이 아니라 세포끼리의 네트워킹이 진화한 덕분이다.
1,000억 개 정도의 신경세포(뉴런)를 갖고 태어난 인간은 자라면서 총 100조 개의 신경연결고리(시냅스)를 단단하게 형성한다. 이 병렬연산 네트워크가 세계 최고속 슈퍼컴퓨터보다 100만배나 계산속도가 빠른, 인간의 고차원적 사고를 가능케 한다.
이 네트워크가 진화하지 않는 이상 원료(세포)만 바꾼다고 성능(지능)이 달라지기는 힘들다는 뜻이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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