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미FRB 의장과 하야미 마사루 일본은행 총재의 곡예운전에 국내 투자자들이 밤잠을 설치고 있다. 세계 경제의 고삐를 쥔 두 사람이 금리수단을 통해 시장에 갖가지 메시지를 던져보지만 반응은 '연초 대비 나스닥지수 12.9% 하락, 일본 주가지수 16년래 최저'로 압축된다.주변 환경이 이렇다 보니 정부의 거듭된 증시부양 의지와 자금시장 안정책도 건실한'에어백'역할을 하기엔 역부족이다. 특히 '일본발 3월 위기설'의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수익성 악화와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는 국내증시엔 '장군'을 부르는 매도세의 목소리만 높을 뿐, '멍군'으로 받아줄 뚜렷한 매수세를 찾기 힘들다. 8일 열리는 금융통화위가 금리 추가인하 문제를 논의하겠지만 시장은 별다른 감흥이 없는 것 같다.
현대건설 동아건설 대우차 등 대어급 문제아들의 처리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도급순위 28위인 고려산업개발마저 최종 부도처리돼 우리 경제의 주름살이 더욱 깊어졌다. 정부대책이라는 게 매번 사후약방문이니 아파트분양자, 협력업체, 채권은행 등 관련 피해자들은 봄을 느낄 겨를이 없다.
회계대란 우려와 소액주주운동 갈등 속에 주총 시즌이 본격화한다. 최대 관심은 9일로 예정된 삼성전자 주총. 이미 삼성전자와 참여연대가 각각 '기피인물'을 공개하며 이사진 선임에서 일전을 불사하겠다고 밝혀 상당한 파열음이 예상된다. 정부주도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위한 한빛 등 4개은행 주총과 함께 지주회사 경영진도 5일 결정된다.
NMD논쟁에 휘말려 빛을 잃었지만 6일 방미하는 김대중 대통령이 들고 올 '경제 보따리'의 내용물에 대한 기대도 적지않다. 계절적 봄은 왔지만 경제적 봄기운은 차갑기만 하다.
/이유식 경제부차장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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