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손가족이라는 말은 없다. 열심히 살아가는 가족이 있을 뿐.'대부분 외형적으로는 이런 생각에 동의하지만, 한국처럼 뿌리깊은 보수적 사회에서 미혼모에 대한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그래서 많은 생명이 태어나지도 못하고 버림받는다.
'귀여운 여인'후속으로 방송되는 KBS2 새 월화드라마 '비단향 꽃무'(극본 김지우 연출 박찬홍, 밤 9시 50분)는 사회적 편견에 맞서 꿋꿋이 홀로서기를 하는 미혼모 영주(박진희)의 이야기이다.
'비단향 꽃무'는 수수하고 생명력이 긴 흰꽃 '스톡'의 순우리말로, 영주의 탄생화이기도 하다. 그녀는 민혁(이창훈)과 짧은 사랑을 나누지만 민혁은 교통사고로 생애를 마감한다.
임신한 영주는 힘든 결심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이런 영주를 민혁의 동생인 우혁과 변호사 승조가 애정 어린 눈길로 지켜보며 도움을 주려 애쓴다.
교통사고로 6개월의 공백 끝에 컴백한 박진희는 '미혼모에 대한 인식변화에 새삼 놀랐다'고 말한다. "미혼모 관련 인터넷사이트를 보니까 아이를 낳은 중고생들이 '나의 선택이 자랑스럽다'고 말하더라구요.
"미혼모의 자립을 도와주는 친구 어머니의 자문을 받아 미혼모의 생활상에 대해 나름대로 많이 배웠다고 한다.
죽은 형을 대신하여 영주에게 애틋한 감정을 바치는, 제법 비중있는 우혁의 역할에 신인 최민용의 과감한 캐스팅도 눈길을 끈다. 최민용은 이 드라마가 거의 첫작품이라고 할 정도로 연기 경험이 짧다.
박찬홍 PD가 오디션에서 발탁, 96년 '신세대 보고- 어른들은 몰라요'의 '사랑의 묘약'편에 단 한번 출연시켰지만, 강렬한 마스크와 우수에 찬 분위기가 인상적이어서 군대까지 갔다 온 그를 일부러 찾아 배역을 맡겼다는 후문.
지난 번 '귀여운 여인'은 본편 '비단향 꽃무'를 위한 '방학특선'이었다는 게 KBS 드라마국의 평가이다. 과연 이 드라마의 어떤 점에 그런 기대를 걸까.
"과장, 억지 같은 '조미료'를 뺐습니다."(윤흥식 책임프로듀서). 시청자들이 미혼모의 상황에 공감할 수 있도록 최대한 현실감을 살렸다는 의미이다.
만화 같은 구도와 자극적인 반전으로 '욕먹으면서 시청률 올리는'드라마는 만들지 않겠다는 각오다. 감동적인 미혼모의 휴먼스토리가 될지, 아니면 멜로가 될지는 젊은 출연진의 열정에 달려 있을 것이다.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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