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유럽연합(EU)이 북한에 쇠고기를 원조하기로 결정한 소식을 국내 언론 일부가 짤막하게 전했다.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쇠고기 원조를 검토한다고 하자, 북한 동포의 위험은 아랑곳 없는 북한 당국과 유럽 국가를 일제히 비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광우병 위험때문에 도살하는 쇠고기를 소비할 길이 없자, 북한에 보내 유해 여부를 시험하려 한다"고 숫제 사설로 소설을 쓴 보수 언론은 왜 다시 목청을 돋우지 않는지 궁금하다.
■우리 언론은 광우병 파동때문에 소를 도살하는 것부터 '광우병 우려때문'이라고 왜곡했다.
유럽연합이 200만 마리를 수매ㆍ도살하기로 하고, 도살량 할당을 놓고 실랑이를 한 것이 쇠고기 가격 안정을 위해서라는 사실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광우병 우려가 있는 소를 몇 십만 마리씩 무 자르듯 가려낼 수 없다는 점도 무시했다. 광우병 잠복기가 평균 5~10년인 터에, 북한 주민을 상대로 유해 여부를 시험한다는 것은 만평(漫評)에서나 할 소리였다.
■북한이 주민을 돌보지 않는다고 욕한 것도 사실 말이 안 된다. 그렇다면 굳이 쇠고기를 구걸할 리 없고, 지배층만 나눠먹을 심산이라면 집단자살을 작정한 셈이 된다.
유럽 사회가 오직 가격 안정을 위해 인간의 동료 피조물인 소를 살육하는 '반윤리성'을 논란한 것까지 멋대로 왜곡했다.
식품 안전이나 후진국 지원은 물론, 분단 동포를 돕는 도덕성에서도 견줄 수 없을 독일 사회를 북한 동포를 걱정하는 체 매도한 것은 거꾸로 비웃음 살 일이다.
■베를린 주재 북한 관리가 광우병 소라도 받으려 하느냐는 질문을 '말 같지 않은 소리'로 일축했다고 전한 용기 있는 기자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왜곡된?북??비난에 집착한 이유는 무엇일까. 보수 언론의 냉전적 왜곡보도를 탐구한 미국 학자 마이클 파렌티는 저서 '현실조작'(Inventing Reality)에서 이를 체제우위를 끊임없이 확인하려는 자기도취적 강박심리로 보았다.
북한을 욕하느라 유럽 사회를 향해 말 같지 않은 소리를 떠든 것은 언론사에 기록될 수치(羞恥)임을 알아야 한다.
강병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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