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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동 주택 화재 소방관6명 참사 / '불의 사나이들' 맨몸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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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동 주택 화재 소방관6명 참사 / '불의 사나이들' 맨몸사투

입력
2001.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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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용 단독 건물들만을 태우고 각기 20여분 만에 신속 진화된 화재 치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인명피해가 컸다.4일 새벽 서울 시내 두 곳에서 발생한 '크지 않은 불'은 무려 16명의 인명을 순식간에 앗아가 버렸다. 특히 홍제동에서 희생된 소방관 6명의 순직은 우리나라 소방기관 창설 이후 최대 희생으로 기록됐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1동 312의 135번지 선모(64ㆍ여)씨의 2층 단독주택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된 것은 오전 3시48분. 서부소방서의 소방관 46명과 소방차 20여대가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9분만인 3시57분.

그러나 큰길에서 현장에 이르는 폭 6㎙의 이면도로의 양쪽에는 차들이 빽빽이 주차돼 있었다.

100㎙ 밖에서 내린 소방관들은 소방호스를 끌고 뛰어 진화작업 시작 5분여만에 불길을 잡았다. 집주인 선씨 모자와 2층 세입자 가족 등 7명이 무사히 빠져나온 것까지 확인됐다. 이 때가 4시11분.

소방관들은 곧바로 맨몸으로 집안에 뛰어 들었다. 잔불 처리 때는 중장비가 먼저 들어가게 마련이지만 좁은 골목에 꽉 들어찬 차들로 인해 장비의 진입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소방관 9명이 집안으로 사라진 직후 갑자기 '꽝'하는 소리와 함께 2층 주택 전체가 폭삭 내려 앉았고 손쓸 틈도 없이 소방관들은 건물 잔해 속에 묻혔다.

서울소방방재본부는 비상을 발령, 시내 11개 소방서 구조대원 200명을 긴급 투입했다.

포클레인과 절단기 등을 동원한 필사의 구조작업 끝에 강남길(34) 소방사 등 3명을 구조해 냈으나 6명은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관들은 "집이 워낙 낡은데다 상당부분이 목재로 돼 있어 불길이 채 다 잡히기도 전에 무너졌다"고 말했다.

경찰은 "선씨 모자가 크게 싸우는 소리가 들린 직후 아들 최모(32)씨 방에서 불꽃이 솟았다"는 주민들의 진술에 따라 최씨의 신병을 확보, 방화 가능성을 추궁하고 있다.

최씨는 정신병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희생된 소방관은 박동규(46) 김기석(42) 김철홍(35) 박상옥(32) 소방교, 장석찬(34) 박준우(31) 소방사 등이다. 구조된 강남길 이민우(28) 이승기(28) 소방사 가운데 이 소방사는 중태로 전해졌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순직소방관들 이모저모 / 목메인 '6인 6사연'

'살신성인'이란 말이 위로가 될까?

순직한 소방관들의 사연은 하나같이 가슴아팠다.

0...박준우(31) 소방사의 애인 장모(31)씨는 결혼을 앞둔 연인의 '죽음'이라는 청천벽력에 넋을 잃었다.

장씨는 '왜 하필이면 위험한 소방관과 결혼하려 하느냐'며 집안의 반대도 심했지만 성실한 박씨에 반해 사랑을 키워왔다.

두 사람은 형편상 결혼식은 일단 미룬 뒤 혼인신고만 먼저 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미혼인 김철홍(36) 소방교는 5남2녀중 막내아들로 어머니(김순내ㆍ74)를 지극 정성으로 모셔 주위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0...아들(중3)과 딸(초등6년)의 자랑스런 아버지 박동규(45) 소방장은 남동생 정용(39ㆍ중랑소방서)씨와 6촌동생도 소방관인 '소방관 가족'. 박 소방장의 아버지 성근(77)씨는 이날 울부짖다 실신했다.

0...김기석(43) 소방교는 3남2녀중 맏아들로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중학교 졸업 후 해병대 장기하사를 지원, 7년간 복무하면서 고교 과정을 마치고 원광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6년 전 119구조대에 자원한 그는 최근 방송통신대 국문학과 석사학위까지 땄다.

0...아들, 딸 하나씩을 두고 있는 장석찬(35) 소방사는 특전사 출신으로 96년 소방관이 적성이 맞아 구조대에 자원했다. 이후 4,500여회나 구조활동에 나선 베테랑으로 산악 로프 타기 전문가.

0...박상옥(33) 소방교의 부인 김신옥(28)씨는 "남편은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2~3차례 전화하는 자상하고 가정적인 사람이었다"며 "어제 밤 10시에도 남편이 전화를 걸어 '(딸) 지혜(3)는 잘 있느냐'고 물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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