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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말뿐인 월드컵 韓·日 공동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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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말뿐인 월드컵 韓·日 공동개최

입력
2001.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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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은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개최한다. 하지만 실제로 서로가 '공동'으로 하는 것은 대 국제축구연맹(FIFA) 절충과 최소한의 연락 조정 뿐이다.경기와 직접 관련이 없는 부분, 즉 월드컵을 매개로 한 관광진흥, 도시 판촉 등은 따로 진행하고 있다.

두 나라가 월드컵을 '공유 재산'으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자극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만들 수 있는지에 중심을 두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 있으면서 매스컴 보도 등을 통해서 느끼는 것은 한국이 월드컵에서 일본을 '동반자'가 아니라 '경쟁 상대'로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축구 경기라면 경쟁 상대라는 것이 이해가 간다. 하지만 경기가 아닌 부대사업에까지 '일본을 이기자'가 테마가 되어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경쟁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서로 경쟁함으로써 상승효과가 생겨 나은 대회 운영이 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문제는 경쟁에 급급한 나머지 정작 중요한 협력 분야를 도외시한 채 월드컵을 1년여 밖에 남기지 않은 현 시점에 다다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양국의 각 개최도시는 도시끼리 공동 이벤트나 협의회 등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그러나 양국 차원의 비슷한 사업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자전거 투어나 조기 축구 교류 등 민간 교류가 훨씬 앞서 있다. 사정은 일본도 마찬가지여서 한국과의 연대를 등한시하고 있다. 공동개최는 이름 뿐이고 양 국은 월드컵을 '단독개최'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일본에는 아직도 '한국/일본'이 아닌 '일본/한국'이라 쓰인 현수막이 아무렇지도 않게 걸려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공동개최 결정 전에 단독 개최용으로 만들어진 로고가 흔히 보인다. 또 양 국민들은 이런 모습을 무신경하게 받아들인다.

시드니 올림픽 때 한국과 일본은 별도로 월드컵 홍보를 했다. 한국은 단독으로 10개 개최도시의 홍보관을 시드니에 열었다.

제3국 사람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월드컵을 계기로 한일간 유대가 홍보되기는 커녕 양국의 경쟁과 신경전이 세계에 알려지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열리고 끝나는 대회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결혼한 부부도 의사 소통에 문제가 있으면 오래 못 가서 헤어지게 되는 법이다. 역사적으로 인연이 깊은 극동의 두 나라는 월드컵이라는 하나의 새집을 마련했다.

그런데 대문 앞 표찰만 그럴듯하게 꾸며 놓고 안의 신혼살림은 남남처럼 따로 하고 있으니 동네에 소문이 퍼지는 건 시간문제다. 그런 집에 잔치가 있다고 누가 애써 찾아가겠는가.

이제 월드컵 개막까지 1년 3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자국만을 중심으로 한 근시안적 월드컵 준비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선, 개막 1년 전인 5월31일 양 국민과 세계인을 신나게 만들 기념행사를 두 나라 공동으로 기획해 보는 것은 어떨까.

도도로키 히로시ㆍ서울대 지리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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