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사업확장을 위해 경력사원을 모집했던 대표적인 보안 업체인 ㈜안철수연구소의 인사관계자는 새삼 IT업계의 구인난을 실감했다.우량업체로 알려진 데다 조건도 좋았지만 예상과 달리 기술력을 갖춘 인재는 찾아 보기 힘들었다. 이 관계자는 "결국 경력사원은 2명만 채용하고 신입사원 6명을 보강하는 선에서 채용을 마무리 지었다"고 털어놨다.
취업난 속에서도 핵심 기술인력 부족으로 테헤란 밸리가 아우성치고 있다.
지난해 IT열풍에 단기 교육과정을 거친 초보 기술자들은 넘쳐 나지만 당장 써먹을 2,3년차 팀장급은 찾기가 어렵다는 게 IT업체 들의 하소연이다.
특히 대학들의 수요예측 실패에 따라 IT전공자 배출의 증가가 지지부진한데다 일부 대기업 계열 IT업체들의 입도 선매식 인력확보와 고급인력의 벤처 기피 현상 때문에 공급이 개선될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결제솔루션 전문업체인 퓨쳐테크(대표 이사원)는 최근 사업확장을 위해 유무선 네트워크 프로토콜 및 서버프로그램 개발자와 유닉스 전문가 모집에 나섰지만 쓸만한 인재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고객관계관리(CRM) 솔루션ㆍ컨설팅업체인 씨앤엠테크(대표 김무엽)도 최근 상당수 CRM 프로젝트를 수주, 전문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김사장은 "대기업 이상으로 후대하겠다고 널리 알리고 있지만 전문인력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력 빼내가기에 피해를 보는 업체들도 나타나고 있다. 보안 업체인 P사는 올해 초 자사의 기술 인력이 대거 빠져나가는 바람에 지난해 어렵사리 따낸 솔루션 공급계약을 이행하지 못할 형편이다.
이 회사 사장(38)은 "지난 1년간 천신만고 끝에 보안인증 솔루션을 개발해 이제 공급을 시작하는 마당에 기술 인력이 대형 IT업체에 대거 스카우트돼 계약을 파기해야 될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필요한 인력을 구하기 위해 아예 관련 회사를 인수하는 경우도 있다. 영상저장장치(DVR) 업체인 3R(대표 장성익)은 지난해말 전송 장비업체인 재스컴을 인수ㆍ합병했다.
장사장은 "갓 졸업하거나 급조된 인력이 못미더워 아예 연구소를 갖춘 업체를 인수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력 부족현상이 자칫하면 업계의 빈익빈ㆍ부익부를 초래해 IT산업의 퇴보를 초래할 수도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e-비즈컨설팅 그룹 강태영(46) 대표는 "닷컴 조기 정리에 따른 인력시장의 재편과 대형 IT업계를 중심으로 한 사내 교육 등 정부가 하루 빨리 IT인력 양성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황종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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