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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생각] '교육 조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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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생각] '교육 조급증'

입력
2001.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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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운 이야기를 하나 해보자.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찰리 브라운과 스누피 만화를 보면 합격점수가 60점인 수학 시험에서 찰리 브라운이 65점을 받고서는 "세상에 이럴 수가 ! 5점이나 낭비했잖아 !" 라고 말한다.수능시험이 너무나 쉬워서 학생들의 학력이 떨어지고 여러 명문대학에서는 수능시험 점수가 변별력이 없기 때문에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기사가 지난해 연말 신문지상에 자주 오르내렸다. 하지만 나는 수능시험이 지금보다도 더욱 쉬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험은 기본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합격하라고 있는 것이다.

교수들은 좋은 연구 결과를 내놓고 또 그들이 해당 분야에서 성공가능성 있는 상위권 학생들을 잘 가르쳐서 훌륭한 전문인으로 육성하는 것이 명문대학이 할 일이다.

그러다 보면 당연히 탈락자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는 하지 못하면서 이제 대학에 갓 들어오는 신입생들의 뛰어난 입시능력에 기대서 명문대학이라는 소리를 들으려고 해서는 앞뒤가 뒤바뀐 것 같다.

세상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어느 한가지도 우수하지는 않은, 모든 면에서 70점짜리 평균바보가 아니다. 다른 건 전부 60점짜리라도 어느 한 가지 분야에서는 99점짜리가 필요한 것이다. 어떤 제품을 만들 때에도 핵심기술이 몇 가지 부족해서 만들지 못한다고 말하지 규격화한 나사못이 몇 개 모자라서 만들지 못한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제라도 한가지 분야라도 정말 90점 이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학생을 어떻게 일찍 찾아내고 선발해서 잘 가르쳐야 하는지 그 방법이나 궁리들 해보자.

한국 교육의 문제는 고등학교까지는 아이들의 진을 다 빼놓고 다음에는 경쟁 없는 학벌에 안주해서 국내에서나 통하는 우물안 개구리를 양성하는 데 있다.

필요 이상으로 어려운 교육수준 때문에 낭비하는 학생들의 꿈과 재능, 아이의 앞날을 늘 마음 졸이고 생각하며 교과서와 필기도구 이외에도 많은 돈을 써야만 하는 학부모들의 경제적인 부담, 입시와 관계없는 기타과목과 취미활동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지는 수많은 다양성. 그 모든 것이 한국의 앞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국 학생들의 학력이 어릴 적에는 세계 최고수준이지만 점차 커가면서 등수가 낮아진다고 걱정하는 신문기사도 가끔 보인다. 한데 도대체 무얼 보고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것인지 그것부터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것은 객관적인 비교가 쉬운 수학이나 과학점수를 보통 이야기하는데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부모님들은 아시겠지만 한국에서는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부모가 아이 공부하는 것을 옆에서 도와주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아마도 많은 부모님들은 "내가 학창시절에 너무나 공부를 안 해서 내 아이조차도 도와주지 못하는구나" 라고 자책할지 모르지만 잘못된 생각이다.

그것은 터무니없이 어려운 잘못된 교육수준 때문이다. 그 나라에서 대학을 졸업한 부모가 그 나라 초등학생 아이의 공부를 도와주지 못한다면 분명히 중대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것이 어린 시절 세계 최고수준의 정체다.

아예 처음부터 그렇게 어렵게 가르치기 시작하니까 다른 나라의 아이들보다 처음에는 더 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수학과목만 봐도 대학 1학년때 배울 것을 고3때 가르친다.

그래서 학생들은 이해하기 보다는 우격다짐식으로 머리에 수학을 집어넣는다.

그러고도 대학에 들어가서 같은 내용이 나오니까 잘 알고 있다는 착각이 들어 공부를 하지 않는다. 결국은 그 과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2학년부터 심화된 과정을 따라가지 못한다.

교육에서 조급증은 획일화와 마찬가지로 큰 문제이다. 그런데 나라 전체가 교육 조급증에 시달리고 있으니 교육이 부실해질 수 밖에 없다. 고쳐야 할 것은 쉬운 수능이 아니라 바로 이런 교육 조급증이다.

/한상근ㆍ 한국과학기술원(KAIST)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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