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의 불상 파괴에 세계가 경악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사회가 이를 중단토록 하기 위한 노력을 가시화하고 있다. 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는 2일 탈레반의 불상파괴를 범죄로 규정, 전범 기소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하지만 탈레반은 국제적인 비난 여론에도 불구, 이날도 이틀째 바미얀 등 전국 유적지와 박물관에서 불상 파괴를 강행하고 있다고 탈레반의 쿠드라툴라 자말 정부ㆍ문화부 장관이 밝혔다.
탈레반은 석불들을 파괴하기 위해 탱크와 로켓포까지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바미얀의 거대 석불에 폭발물을 설치, 3일 파괴할 예정이라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각국 반응과 대응
국제사회와 국제 기구들은 탈레반의 불상 파괴에 대해 일제히 '문화적 재앙'이라며 강력히 규탄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문화재는 세계 모든 사람들의 유산"이라며 파괴 중지를 촉구했다. 일본 태국 스리랑카 네팔 등 불교 국가들은 물론 미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도 일제히 탈레반의 야만성을 비난했다.
탈레반의 유일한 우방국인 파키스탄도 유적의 보존을 설득했다.
유네스코는 탈레반의 불상파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위해 회원국을 긴급 소집하고, 중동 국가들에게 탈레반에 압력을 가해줄 것을 요청했다.
유네스코는 1991년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니크를 파괴한 세르비아 군인들에 대해 유엔 전범재판소에 전범으로 기소한 예를 들면서 탈레반의 이번 행위를 전범으로 규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도 불상 파괴가 중단되지 않을 경우 아프간에 보조키로 한 문화재 보호기금 20만 달러의 지급을 연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탈레반의 불상파괴 의도
탈레반은 이번 불상 파괴가 이슬람 교리에 따라 우상을 없애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다양한 정치적 노림수를 갖고 결행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파키스탄 정부의 설명대로 아프간에 대한 세계의 고립화 움직임에 저항하기 위한 수단으로 해석될 수 있다.
유엔은 지난해 12월 탈레반이 테러 배후 세력인 오사마 빈 라덴의 신병인도를 거부하자 무기 금수 및 비행금지 등 10개항의 제재조치를 단행해 아프간이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함께 30년만의 가뭄에다 서방의 지원을 받고 있는 반군이 유엔의 제재결의를 틈타 지난달 14일 바미얀을 한 때 점령하는 등 세력을 확대, 민심이 이반 조짐이 보이자 탈레반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를 선택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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