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이번 국민과의 대화에서 지금은 어렵지만, 나아 질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심어 주고자 했던 것 같다.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듯 대화의 분위기는 어두웠고, 뚜렷한 대안도 보이지 않았으나 여운은 남았다.
국민들은 대화가 끝날 때쯤 김 대통령이 민생 경제의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기대를 해 볼만도 하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김 대통령의 말과 태도는 그만큼 진솔했다.
이번 국민과의 대화는 어떤 면에서 위정자와 국민이 시대적 소명을 공감하는 특별한 자리가 됐다고 할 수 있다. 민생현장의 투박하지만 생생한 소리가 가감 없이 대통령에게 그대로 전달된 것이 그 같은 예다.
일 자리 쫓겨난 실업자, 빚만 늘어나는 농민, 문 닫을 위기에 놓인 중소 상공인, 물가 때문에 살기 어려워진 가정주부, 심지어 자녀 교육을 위해 이민 길에 나선다는 젊은 학부모에 이르기까지, 생생한 민초들의 소리에 TV를 보고 있던 국민들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이라고 무릎을 쳤을 것이다.
위정자는 모름지기 국민들이 무엇을 바라고, 가려운 데가 어디인가를 아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볼 때, 김 대통령은 이번 국민과의 대화에서 소득을 거뒀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이제부터 김 대통령은 밀실에 갇힌 대통령이라는 말을 듣지 않을 것 같다.
김 대통령은 과거와 달리 국정의 잘못된 부분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국민들에게 사과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외환위기 극복과 남북관계 개선, 정보강국으로의 기반구축 등을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하면서도, 정치불안과 4대개혁의 미완성 등을 미진한 대목이라고 수긍했다. 의약분업 문제에서는 준비를 소홀히 한 점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이런 면은 국정 책임자로서 검허한 자세라고 할 만 하다.
알맹이도 없이 이런 걸 왜 하느냐는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이번 국민과의 대화가 갖는 의미는 있다. 정부는 올 하반기 국민들의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며, 민초의 소리들이 국정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정권의 관리를 위해서 대통령이 공연히 3개 TV방송의 채널을 독점, 국민과의 대화 시간을 가진 것은 아닐 터다.
이번에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김 대통령이 자주 여론조사 수치를 제시한다는 점인데, 여론조사는 작위가 개입할 여지가 많다는 점을 대통령 보좌진들은 유념해야 하리라고 본다. 옷 로비 사건 때의 교훈을 되새겨야 하는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