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은 사무총장-강명순 원장2일과 3일 입학과 개학으로 아이들이 부푼 가슴을 안고 학교에 간다. 그러나 과연 우리 사회는 이 아이들을 제대로 가꾸고 보호하고 있는가.
높은 아동 교통사고 사망률, 방과후 방치되는 아이들, 굶는 아이들, 그리고 아동 폭력과 성적 학대.. 안타까운 현실을 함께 걱정하면서 개선방향을 모색해 보았다.
■ 박동은(朴東銀)
193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58년 숙명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59~68년 동아일보에서 기자생활을 했다. 72년 미국 오레곤대에서 신문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76~88년 대한가족계획협회에서 일했다.
88년 유니세프(UNICEF) 한국위원회에 들어온 이후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만들기 위원회'를 조직하는 등 아동복지에 관심을 가져왔다.
93년부터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 강명순(姜命順)
1952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났다. 74년 이화여대 시청각교육과를 졸업한 뒤 96년 감리교신학 대학원을 거쳐 지난해 3월 목사안수를 받았다.
1988~2000년 부스러기선교회 총무, 빈민여성교육선교원 원장을 역임하며 빈민 운동에 헌신해 왔다. 지금은 어린이ㆍ청소년 쉼터인 안산 '신나는 집' 원장으로 재직중이다. 99년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주는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수상했다.
-우리나라 어린이들, 얼마나 제대로 보호받고 있습니까.
▦박동은= 선진국에 비하면 갈길이 너무 멀지요. 예를 하나 들면 1991년부터 1995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개국 어린이(1~14세)의 상해사망률 조사에서 우리나라가 10만명당 25.6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5년 동안 1만2,624명의 어린이가 상해로 사망한 것입니다.
이는 스웨덴이나 영국보다 4배가 높은 것으로 조사 대상국중 최고치입니다. 상해사망에서 교통사고로 인한 평균 사망률은 41%였는데 우리나라는 49%정도 됩니다. 10만명당 12.6명이 교통사고로 죽은 것이죠.
▦강명순= 제가 영국에서 몇 달 생활해 보니 거기서는 사람과 자동차의 관계가 우리와 다르더군요. 철저하게 보행자 우선입니다. 건널목 신호등도 보행자가 버튼을 누르면 파란불로 바뀔 수 있도록 돼 있어 언제든지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적어도 스쿨 존에서는 이 제도를 도입해야 합니다. 또 길거리의 특이한 풍경중 하나가 엄마들이 3~4세 된 아이들 허리에 묶은 끈을 잡고 뒤에서 따라오는 모습이었습니다.
차량 주변 등 위험지역은 아예 가지 못하게 철저히 감시하면서 어릴 적부터 교통안전의식이 몸에 배도록 하는 것이지요. 반면 우리의 엄마들은 횡단보도에 빨간불이 들어와도 아이들 손을 잡고 뛰는데 교통안전교육이 될 리가 있겠어요?
▦박동은= 그렇습니다. 부모들의 의식전환도 중요합니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아이들이 자전거 사달라고 하면 자전거 사주고, 킥보드 사달라고 하면 킥보드 사줍니다. 그런데 안전모나 무릎보호대, 야광 조끼 등을 함께 사주는 부모가 몇 %나 됩니까.
유니세프가 호주 빅토리아주에서 조사한 바로는 89년에 자전거를 타는 어린이들의 안전모 착용비율이 20%였는데 90년에 안전모 착용을 의무화하자 착용률이 80% 가까이 상승했고, 상해율도 절반으로 떨어졌습니다.
우리도 안전장비 착용을 의무화하고 부모들이 자전거나 롤러스케이트를 사줄 때 반드시 안전장비까지 함께 사 주어야 합니다.
▦강명순= 어린이 교통안전을 위한 제도적 방안은 없을까요.
▦박동은= 얼마전 서울시와 시 교육청이 학교 운동장 지하를 유료주차장으로 만든다는 얘기를 듣고 어처구니가 없었는데 이런 사고방식부터 뜯어 고쳐야 겠죠.
또 중요한 것은 실천 여부이고요. 스쿨존으로 지정된 곳에서는 자동차가 시속 30㎞ 이하로 운행해야 하고, 유치원 차량에는 반드시 지도교사가 동승해야 한다는 규칙이 지켜져야 합니다.
-IMF 이후 밥 굶는 아이들이 사회적 문제가 됐는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강명순= 저는 97~98년 보다 지금이 더 걱정입니다. IMF 때만 해도 '금 모으기 운동' 등 서로 돕자는 열기가 높았는데 이제는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입니다.
지난해까지는 정부가 제가 일하는 부스러기 선교회에 결식아동을 위해 한해 2억5,000만원을 주었는데 올해부터는 그것도 끊겼습니다. 전국의 결식아동은 16만3,000명이나 됩니다. 통계에 잡힌 수치가 이렇고, 미취학 아동 등 파악 불가능한 결식 아동까지 합하면 이 보다 훨씬 많습니다.
▦박동은= OECD 가입국으로서 결식아동이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래도 요즘은 자치단체가 결식아동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지 않나요?
▦강명순=모든 자치단체가 하는 것도 아니고, 또 실시하는 곳에서도 그 방식에 문제가 있습니다. 지난해 7월까지는 결식아동에 대한 급식은 '신나는 집' 등 구호기관이 생활보호대상자나 결손가정 자녀들의 출석서명과 확인 서류를 구청에 제출하고 지원을 받았는데, 현재는 아이들이나 그 부모가 열흘에 한번씩 동사무소에 가서 직접 식권을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아이들에게 동사무소 직원들 앞에서 결식아동이라는 것을 신고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에게 열등감과 수치심을 강요하는 일이지요.
이는 결식아동에게는 밥만 먹게 해주면 된다는 잘못된 생각 때문입니다. 서울 은평구 노원구와 안양시 시흥시 인천 서구등 몇몇 자치단체가 이 방식을 고집하고 있는데 이것 좀 고쳤으면 좋겠어요.
▦박동은= 맞아요. 기성세대들은 아이들은 잘 먹이고 입히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심리적 측면에는 덜 신경을 쓰고 있지요. 그래도 강목사님처럼 결식아동을 위해 헌신하는 분들이 있어 다행입니다. 강목사님은 언제부터 이 일을 시작했나요?
▦강명순= 부스러기 선교회는 1986년 12월 9일에 빈민지역의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단체로 만들어 졌어요. 작은 단체로 활동하다가 98년 IMF 이후 결식아동이 사회 문제화하면서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됐죠.
하고 있는 사업은 장학 나눔 사업, 사랑의 음식나눔사업이 있고, 결손ㆍ빈민가정 아동의 중ㆍ단기 거처인 민들레쉼터와 성학대 피해 아동을 위한 로뎀나무집을 운영하고 있어요. 그리고 아동복지교육센터인 '신나는 집'을 전국 30여곳에서 꾸리고 있고 18 곳의 공부방을 열어놓고 있습니다.
▦박동은= 저는 여기서 더 나아가 이제는 세계 빈민국 아동들의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96년에서 지난해까지 조사에서 구호기관에 한번이라도 성금을 낸 적이 있는 사람이 59%인데 이중 외국 아동구호에 돈을 낸 사람은 3.6%에 불과했어요.
-요즘에는 아이들에 대한 컴퓨터나 인터넷의 폐해도 적지 않은데요.
▦박동은= 제가 경기도 양평에 자주 가는데요, 그 아름다운 곳에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곳이라곤 게임방이나 전자오락실, 이런 곳 밖에 없어요. 아이들이 자유롭게 책을 볼 수 있는 서점이나 도서관 한 곳 없어요. 요즘의 화두인 '정보화'만 해도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보화를 위해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안겨 줬는데, 상당수 아이들이 컴퓨터로 게임을 하거나 음란물을 보는 데 사용한다는 거예요.
게다가 부모가 모두 일터로 나가 방과후 혼자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런 현상은 정말 심각하다고 봅니다.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들도 함께 가르쳐 줘야 할 겁니다.
▦강명순= 아동에 대한 폭력이나 성착취 문제도 이제는 드러내놓고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원조교제의 경우도 이제는 더 이상 여자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얼마전 '신나는 집'에서 남자 애들끼리 "저 번에는 10만원 주던데, 어제는 잘 해 줬는데도 3만원밖에 안주더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고 정말 충격을 받았습니다.
선진국에는 이미 사회문제화하고 있고 한국은 아직 조용하다고 해서 우리쪽 사정이 낫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우리는 문제가 있어도 쉬쉬해왔기 때문에 속으로 곪고 있는 것입니다. 저소득층, 결손가정 아동의 피해는 상상이상일 것입니다. 이러한 모든 문제는 기성세대가 살기 바빠서 생긴 측면도 없지 않지만, 아이들 문제는 무조건 후순위로 미루는 유교의 장유유서(長幼有序) 풍토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주장을 존중하고 입장을 먼저 배려해줘야 합니다. 그것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자 모든 것입니다.
▦박동은= 어린이를 인격체로 봐야 합니다. 89년 유엔에서 채택한 '아동권리헌장'에도 나와 있듯이 생존의 권리, 보호받을 권리, 발달의 기회를 제공받을 권리는 아이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입니다. 우리나라는 여러 복지제도 중 특히 아동복지에 소홀합니다.
범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절실합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김기철기자
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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