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전관(前官) 예우 관행' 근절을 위해 1995년 도입했던 '특정재판부' 제도가 사실상 폐지된 것으로 밝혀져 법원의 법조비리 척결 의지가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특정재판부 제도는 판사에서 퇴임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을 한 재판부에 일괄 배당해 관리토록 하는 것으로, 98년 의정부 법조비리 사건 이후 전관예우 방지에 많은 기여를 했었다.
2일 서울지법에 따르면 법원은 최근 전관 변호사 수임 사건을 반드시 특정재판부(형사합의 30부 및 형사4 단독)에 재배당토록 한 '특정 형사사건의 재배당에 관한 예규'의 적용을 완화, 다른 일반 재판부도 전관 변호사 사건을 맡을 수 있도록 방침을 바꿨다.
또 최근 인사에서 형사4단독 판사를 기존 부장판사급(사법연수원 11기)에서 일반 형사단독급(16기)으로 낮춰 임명, 과거보다 전관 변호사들의 요청을 뿌리치기 어렵게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지법 고위 관계자는 "전관 변호사가 선임됐다 해도 (전관 예우의 위험성이 없으면) 일선 재판부에서 사건을 처리토록 지시했다"며 "일반 재판부에서 전관 변호사 수임 사건이라도 오히려 더 높은 형량이 선고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특정재판부 제도를 고집할 필요가 없어 사실상 제도를 형해(形骸)화 시킬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야 법조계의 시각은 다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과거보다 전관 예우가 줄어들긴 했지만 아직 과거의 근무 인연에 바탕한 온정적 판결이 많은 것이 현실"이라며 "특정 재판부 제도가 없어지면 전관예우 관행이 다시 성행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