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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사재판 개선 뜻 살리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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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사재판 개선 뜻 살리려면

입력
2001.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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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새로 시행하는 민사재판 방식은 오래 늘어지면서도 충실한 변론과 심리는 어려운 재판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행한다는 취지다. 재판 전에 당사자가 서면으로 쟁점을 다투게 한 뒤, 서너 차례 재판으로 결론을 내리게 된다.소송 당사자는 별 하는 일 없이 10여 차례 법정에 나가는 번거로움 없이 빨리 시비를 가릴 수 있다. 법원은 단순한 사건은 빨리 처리하고, 다툼이 복잡한 사건은 충실하게 심리해 판결에 대한 신뢰를 높인다는 것이다.

이런 재판 심리방식 개선은 건국 이래 가장 획기적이라는 평가다. 그렇다면 이렇게 좋은 방식을 왜 진작 도입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의문을 따져보면, 변호사 도움이 한층 필요해지는 등의 문제점과 장애도 드러난다. '재판 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쌓인 불만을 해소하려는 법원의 뜻은 높이 평가하지만,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실제 운영에서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소송가액 2,000만원 이상에 적용되는 새 심리방식의 가장 큰 특징은 첫 재판 전에 당사자가 소장과 답변서를 법원을 통해 교환, 서면공방을 하는 것이다.

이 때 증인신청과 증거제출도 한다. 소송을 낸 뒤 서너 달씩 기다렸다가 첫 재판에서 양쪽 주장만 확인하고 헤어지는 비효율부터 없어진다.

첫 재판에서 쟁점을 정리하고 두 번째 재판에서 증인신문과 증거조사를 한꺼번에 하면, 평균 13회 재판에 1년 반 걸리는 민사합의사건을 서너 달 안에 끝낼 수 있다.

법원은 이렇게 해서 다툼이 없는 사건은 곧바로 끝내는 등 과중한 재판부담을 덜고, 당사자가 법정에서 충분히 구두변론을 하도록 배려하는 등 충실한 심리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법원이 정한 기한에 답변서와 증거자료 등을 제대로 준비하려면, 변호사 도움 없이는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소송가 2,000만~1억원인 '중액사건'의 상당수가 변호사 없는 당사자 직접 소송이다. 이에 비춰 새 제도는 자칫 법원과 변호사의 편의와 이익에 이바지하는 대신, 국민에게는 소송비용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가 있다.

법원은 서면공방 과정에서 당사자에게 쟁점에 대한 '석명(釋明) 준비명령'을 많이 내는 등 공정한 다툼이 되도록 이끌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폭 넓게 공정한 재판 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없다. 사법정의 실현에 헌신하는 자세와 함께, 법관 숫자를 늘리는 등 국가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그게 변호사를 늘리는 것보다 사회전체 법률비용을 줄이는 길이다. 현실 타협적 재판방식 개선을 넘어, 진정 국민을 위한 큰 틀의 사법개혁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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