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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왜곡' 한국"·日진보학계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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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왜곡' 한국"·日진보학계 시각

입력
2001.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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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청산의 부재가 결국 일본의 인격분열과 군국주의를 부활시켰다."또다시 터진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파동은 일본의 전쟁범죄에 대한 철저한 책임규명과 청산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학계의 지적이다.

현재 일본의 '교과서 개악'을 주도하는 이론적 지도자는 후지오카 노부카쓰(藤罔信勝ㆍ58) 도쿄(東京)대 교수다.

교육학을 전공한 그는 1994년 일본의 역사교육이 "자학사관(自虐史觀)에 근거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전면에 나섰다. 그는 '도쿄재판(일본 전쟁 범죄자 재판)사관' 등에 의해 일본인으로서의 긍지가 잘렸다며 신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국가에 대한 애정과 투철한 국가의식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97년에는 독문학자 니시오 간지(西尾幹二)와 함께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을 만들어 새 교과서 편찬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한일 합방은 합법적이며, 난징 대학살사건은 도쿄재판의 산물로 불공정하게 조사된 사건이란 주장을 폈고, 특히 종군위안부 문제는 "일본을 파멸시키려는 조작된 스캔들"이며 교과서에서 이런 내용을 다루는 것은 "일본을 갉아먹고 녹여 없애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이들의 궁극적 지향점은 '국익중심적 내셔널리즘의 복원'으로 군국주의 부활을 통한 '대동아공영권' 세우기란 우익의 목표와 맥을 같이한다.

흥미로운 점은 후지오카가 일본의 전쟁세대를 비판했던 '젠쿄토(全共鬪)' 세대라는 점이다.

젊은 시절 좌익집단과 관계 있는 일국평화주의를 신봉했다는 후지오카는 1990년대에 들어 일본주의자로 급변한다. 이에 대해 문학평론가 오코시 아이코(大越愛子)는 "젠쿄토 세대가 아버지 세대의 자기기만을 문제 삼기는 했지만, 그 원천으로까지 소급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 또한 피해자 의식의 틀에서 빠져나오려 하지 않았다" 라고 예리하게 비판했다.

이는 전후 일본의 정체성 문제와 연결돼 있다. 문학평론가 가토 노리히로(加藤典洋)는 '사죄와 망언사이에서'(창작과 비평사, 1998)라는 저서에서 사죄와 망언을 되풀이하는 일본은 패전과 점령의 비틀림으로 인격 분열에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가토는 이러한 인격분열이 "군사력에 의한 평화헌법의 수동적 수용, 최고 책임자 천황을 면책한 도쿄 재판의 모순으로 일본이 진정한 책임주체로 자립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한상일 국민대 교수는 "일본의 진보주의 역시 철저한 자기 반성과 과거 청산이 없었기 때문에 보수주의를 제어할 능력을 가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본의 교과서 개악은 역사적 과오에 대한 철저한 청산의 중요성을 새삼 확인시켜 준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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