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민주당 당 4역 회의장. "민생의 어려운 점을 듣고 해법을 제시해 주었다. 감명적이었다." (김중권 대표), "생동감이 넘쳤다." (강운태 제2정조위원장), "솔직히 말씀하셔서 설득력이 있었다." (최영희 여성위원장), "미국 대통령은 얼마나 자주 (TV)에 나오는지 모른다. 더 자주 나오셔야 한다."(이규정 전 의원)비슷한 시각 한나라당 당 3역 간담회장. "왜 했는지 모르겠다. 아무 내용도 없이, 방청객들 모아 놓고 쇼 했다."(김기배 사무총장), "무슨 희망을 줬나. 거품만 안겨줬다. 자기변명으로 일관했다."(목요상 정책위의장), "더 이상 이런 식의 전파낭비가 있어선 안 된다."(권철현 대변인)
여야의 '입들'이 내놓은 공식 성명과 논평도 마찬가지였다. "국민들에게 자신감과 희망을 안겨주었다."(민주당 김영환 대변인), "국민과의 대화가 아니라 허공과의 대화였다."(한나라당 장광근 수석 부대변인)
3ㆍ1절 저녁 TV 방송 3사가 2시간 동안 생 방송한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 대한 여야의 평가는 이처럼 극과 극이었다. 그중에서도 극에 속했던 언사들을 빼고 들어도 그렇다.
'감명적이었다'라거나 '생동감이 넘쳤다'는 민주당의 지도부의 극찬은 의도적 정치수사로 받아들이고 싶다. 야당이 하도 욕을 해대니 그렇게라도 엇나가야겠다는 충정의 발로쯤으로 접어 듣겠다는 뜻이다. 그런 게 아니었다면 그들은 대다수 시청자들의 눈총을 받아 마땅하다.
'쇼 했다' 라거나 '거품만 안겨줬다'는 한나라당 수뇌부의 혹평도 온당해 보이지 않는다.
미흡한 개혁과 준비 안된 의약분업에 대한 시인과 사과 등은 일정한 평가를 받아야 했다. 국민 눈높이에 다가가려는 노(老) 대통령의 정성과 수고에 대해서 너무 인식했다.
국민들은 국민과의 대화를 놓고 여야가 벌이는 화해불능의 설전을, TV를 볼 때 못지 않은 착잡한 심경으로 바라보고 있다.
홍희곤 정치부기자
h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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