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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경제 침체수렁 빠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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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경제 침체수렁 빠지나

입력
2001.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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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의 제자리 걸음이 길어 지면서 침체의 늪으로 되빠져 들 듯한 불안이 무성커지고 있다.하야미 마사루(速水優) 일본은행 총재는 28일 재할인율과 단기금리 지표인 1일물 콜금리 유도목표를 각각 연 0.1%포인트씩 내리는 금융완화책을 발표하면서 "경기 후퇴 위협이 커지고 있다"고 배경을 밝혔다.

지난달 13일부터 재할인율을 0.15%포인트 내려 연 0.35%를 적용해 온 일본은행이 불과 보름만에 재할인율을 다시 내리고 단기금리까지 끌어 내린 것을 두고 '지나치게 잦은 정책 변경'이라는 비판도 나오지만 그만큼 사정이 급박한 셈이다.

지난해 8월 '디플레이션 악순환의 우려가 사라졌다'고 선언하면서 단기금리 유도목표를 0%로 했던 '제로금리' 정책의 포기를 밝혔던 그는 이날 6개월만에 다시 '디플레이션 악순환 우려'를 언급했다.

기업의 경비 절감 노력과 유통 합리화 등의 긍정적 요인에 따른 물가 하락보다 수요 약화라는 만성적 악재에 의한 물가 하락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었다.

올들어 일본 경제에 드리운 그림자는 광공업 생산 저하와 주가 하락에서 가장 뚜렷하다.

경제산업성이 28일 발표한 1월의 광공업 생산 지수는 103.2로 지난해 12월 대비 3.9포인트 떨어졌다. 광공업 생산지수는 지난해 8월을 고비로 하락세로 접어 들었지만 이처럼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1993년 3월 이래 처음이다. 반도체 업체 등 주요 기업이 4월부터 시작되는 2001 회계연도의 설비투자를 크게 줄일 계획이어서 생산 감소는 더욱 폭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주가 하락은 거의 걷잡을 수 없을 지경이다. 지난해 4월 2만833엔까지 올랐던 닛케이(日經) 평균주가는 28일 아시아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10월 수준인 1만2,833엔까지 떨어졌고 1일에는 1985년 11월 거품경제 붕괴 이래 15년만의 최저치인 1만 2,681.66엔에 마감했다.

이런 침체 현상의 가장 큰 요인이 미국 경제의 후퇴 조짐이라는 데는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 지난해 말부터 미국 경제의 후퇴 흐름이 뚜렷해 짐에 따라 수출 기업의 생산 조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도쿄(東京) 증시가 뉴욕 증시의 장세에 따라 춤을 추고 있다는 점에서 주가 하락도 미국 요인이 크다.

그러나 최근 가장 커다란 요인으로 등장한 것이 '정책 불신'이다. 모리 요시로(森喜朗) 총리가 취임한 지난해 4월 이래 주가는 끊임없이 하락했고 내각 지지율과 분명한 상관 관계를 보였다.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고 말썽만 일으키는 정권에 대한 불신이 금융불안 등 고질적인 불안의 불씨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퇴진론이 고조되면서 잠시 회복세를 보였던 주가가 마땅한 후임 총리 후보가 없다는 이유에서 퇴진이 4월께로 늦춰질 것이란 관측에 따라 하락세로 돌아섰다. 정치 처방이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에서 지도력을 갖춘 마땅한 인물이 없는 일본 정치현실상 본격적 경제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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