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 독일철학자 니체는 인격적이고 초월적인 신은 죽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같은 시기 동학을 창시한 천도교 교주 수운 최제우(1824~1864)는 인격신인 천주(天主)를 회생시켰다.조선 사상사를 지배하던 무(無)나 도(道), 기(氣), 이(理)와 같은 비인격적인 개념의 홍수 속에서, 오래 전에 사라진 상제(上帝)와 하나님과 같은 인격신의 개념을 되살려낸 것이다.
김상일 한신대 철학과 교수가 쓴 '수운과 화이트헤드'(지식산업사 발행)는 수운의 사상을 천주와 지기(至氣)의 개념을 중심으로 해석한 책이다.
'지기금지 원위대강 시천주(至氣今至 願爲大降 侍天主ㆍ지극한 기가 우리 도에 들어왔으니 청하고 빌건대 한울님의 기운이 크게 내려 천주를 모시고)'로 시작되는 동학주문 21자에 담긴 수운의 사상을, 미국의 철학자 화이트헤드(1861~1947)의 철학체계를 바탕으로 해석했다.
저자 주장의 요점은 이렇다. 수운은 세상을 움직이는 근본적인 요인으로 인격체인 '천주'와 비인격체인 '지기'를 꼽았고, 이는 화이트헤드가 '과정과 실재'라는 저서에서 밝힌 '신'과 '창조성'의 개념과 똑같다는 것이다.
즉 수운과 화이트헤드는 인격과 비인격의 두 요소를 모두 살려내는 방법으로 기존 신관(神觀)의 새로운 탈출구를 찾았다는 주장이다.
김상일 지음, 지식산업사 발행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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