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익(嚴相益ㆍ47) 변호사만큼 세간에 주목을 받고 있는 변호사도 드물다. 1998년 무료변론을 통해 대도 조세형을 풀려나게 하는 데 앞장섰고, 이듬해에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탈주범 신창원의 변론까지 맡았다. 지금은 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된 개그맨 주병진의 여성 피해자 변호를 맡고 있다.'변호사와 연탄 구루마'(좋은책만들기 발행)는 그가 변호사로서, 때로는 평범한 시민으로서 만나온 여러 인간상에 대한 기록이다. 돈으로 변호사만 고용하면 자신의 죄가 없어진다고 믿는 철면피한 인간에 대한 비판이자, 겨울을 따뜻한 교도소에서 지내기 위해 일부러 범죄를 저지른 할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위로이다.
"변호사라고 해서 까만 죄를 하얗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결코 아닙니다. 피고인의 '하얀' 다른 삶을 부각시켜 하루라도 형을 줄이려고 애쓰는 사람입니다. 조세형도, 신창원도 죄 지은 부분을 제외하면 하얀 여백이 많은 사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출소 후 일본에서 또다시 절도 혐의로 기소된 조세형에 대해서는 몹시 서운한 눈치다. "인간적으로 그가 미운 게 사실입니다. 그는 이제 다시 외로운 처지에 놓이게 됐습니다. 그러나 용서하고 싶습니다. 또 다른 누군가가, 세상으로부터 등 떼밀려 제게 손을 내밀더라도 그 손을 잡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김관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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