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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소더버그 감독, 마약에 손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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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소더버그 감독, 마약에 손대다

입력
2001.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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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열렸던 베를린 영화제에서 '트래픽(Traffic)'의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수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할리우드에서 가장 각광받는 감독은 지난해 베를린영화제에서 '매그놀리아'로 황금곰상을 수상한 폴 토마스 앤더슨도, '식스 센스'의 나이트 샤말란도 아니다.26세에 '섹스 거짓말, 비디오테이프'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후 몇 편의 영화를 실패했으나, 이 '천재 감독'은 다시 주류 영화로 당당히 입성했다.

'입성'이 아닐지도 모른다. '에린 브로코비치'로 흥행 대박을 터뜨리면서 이미 그는 자기만의 성(城)을 짓기 시작했다.

그 성을 완성할 주춧돌 하나가 바로 '트래픽'이다. "아카데미에서 몇 개의 상을 타느냐"가 요즘 할리우드의 관심사이다.

'트래픽'은 세 곳에서 진행되는 개별적인 이야기로 진행된다. 미국의 코앞에 있는 멕시코 국경 티후아나는 불법 마약거래(트래픽)의 본산이다.

마약 밀매자를 물불 안가리고 단속하는 경찰 하비에르(베니치오 델 토로)와 자신의 조직을 위해 마약전쟁을 치르는 척하는 살라자르 장군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마약을 다량 밀거래하는 샌디에고의 카를(스티븐 바우어)은 마약단속국에 혐의가 포착돼 구속된다. 임신한 아내 헬레나(캐서린 제타 존스)는 감시와 협박을 당한다.

오하이오의 대법원 판사 로버트(마이클 더글러스)는 대통령 직속 마약단속국장에 임명돼 부지런히 워싱턴을 오간다. 그러나 그는 곧 진짜 전쟁은 마약에 찌든 딸 캐롤린과의 전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누런빛의 티후아나, 햇볕좋은 샌디에고, 깔끔한 오하이오는 '마약'으로 연결되며, 그 안에 몸담고 있는 인간의 다양한 보습을 드러내게 만든다.

영화 도입부 장소가 바뀔 때마다 나오는 장소의 크레딧은 사건 뉴스 방식으로 영화를 대하도록 유도한다.

소더버그 감독은 직접 카메라를 둘러 메고 핸드 헬드 방식으로 세 곳을 종횡무진하며 탁월한 연기력의 주연, 조연들을 따라 다닌다.

사립학교 아이들은 상투적으로 부모에 대해 욕을 늘어 놓으며 마약을 하고, 로버트는 자신의 딸이 하고 있는 마약의 생산자인 살라자르 장군과 '마약전쟁' 에 힘을 모으기로 약속한다.

헬레나는 마약을 압축한 인형을 들고 티후아나의 마약 조직을 찾아가 '사업독점권과 증인 암살'을 요청한다. '마약' 앞에서 인간의 모습은 변하게 마련이다.

백인은 소비하고 가난한 유색 인종은 감시한다. 316달러를 월급으로 받는 하비에르는 멕시코에서, "부자 백인을 모두 감옥에 쳐넣고 싶다"는 라틴계 잠복형사, 그리고 사립학교에 다니는 캐롤린을 상담하는 흑인상담사에 이르기까지.

미국 중산층 백인에게 이 영화는 "마약은 저급한 유색인종의 것" 이라는 편견을 깨뜨리기에 충분하며, 드라마는 충분히 흥미진진하며, 개별적이면서 유기적인 스토리 구성은 충분히 도전적이다.

그리고, 미국적, 너무나 미국적이다. '섹스, 거짓말.'에서 보인 인간에 대한 탐구 의식은 여전히 빛나지만 운용방식과 결말은 '할리우드 냄새'가 많이 난다.

가정으로 돌아가는 로버트와 재활에 성공한 캐롤린, 카를을 끝까지 추격하는 형사 몬텔까지. "나는 예술 영화 소년이라는 말에 질려 있었다.

개성있는 주류 영화가 나의 지향이다." 소더버그의 이 말은 그의 작품의 지향이자 '트래픽'의 본질이다.

할리우드의 기린아 스티븐 소더버그의 '트래픽'은 마약과의 전쟁이 소재이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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