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이 우거진 들판에 따갑게 내리쬐는 해 밑에서 파아란 하늘로 한방 멋지게 날리는 생각만 해도 히죽 입꼬리가 올라간다.누워서 천장보면서 볼을 치면 빨랫줄 장타인데 막상 나가서 드라이버만 잡고 볼 앞에 서면 어떻게 쳐야 하는지 다 잊어버린다.
"이렇게 치면 슬라이스요, 요렇게 치면 뒷땅, 몇번 그러다 보면 화만 나고 채를 집어 던지고 싶고 이놈의 것 왜 시작했냐 싶고.."
그런데 옛말에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볼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자.
볼이라고 페어웨이에 멋지게 날아가고 싶지 않겠는가. 옆구리 맞고, 머리 맞으며 바위에 부딪혀 가면서 가기 싫은 러프에, OB에, 워터해저드에, 벙커에 갈 수 밖에 없는 볼의 심정은 오죽 하겠나. 게다가 로스트볼까지.. 값이나 싼가. 중고볼도 한두번이지..
골프는 골퍼, 클럽, 볼 등이 삼위일체가 돼야 한다. 실제 홀로 날아가는 것은 볼이요, 날려주는 것은 클럽이요. 골퍼는 그저 클럽만 잡고 휘두르면 그만이다. 그런데 골퍼가 클럽을 움켜쥐고 볼을 세게 때려 보내려고 하니 그 볼이 제대로 안 가는 것이다.
한장상 시니어 골퍼가 얘기한 "장타는 경타에서 나온다"는 말은 우리 골퍼에게는 금지옥엽과도 같다. 클럽헤드의 가운데(스위트 스팟)에 맞춰 주는 것이 첫째요, 헤드가 자연스레 빨라지면서 볼을 지나치는 것이 둘째요, 목표를 향해 균형잡고 서는 것이 셋째다. 그러면 거리와 방향이 저절로 맞게 된다. 10㎙ 더 나간들 덜 나간들 어떠랴. 어차피 그린에 온이요, 10㎙ 퍼팅인 것을.
기본으로 돌아가자. 7번 아이언들고 고무티에 볼을 올려놓고 처음 볼을 배울 때 그래도 130야드는 가지 않았나. 그래 오늘 연습은 꼭 한 박스를 티에 놓고 옛날 생각하면서 클럽의 가운데 맞게 스윙만 하자.
유응열ㆍ경인방송 골프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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