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에 대해 범정부적 차원에서 단계적으로 대응키로 한 것은 일본측의 반응에 따라 수위를 조절하겠다는 의미다.'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발전'이라는 장기적 목표와 '국제사회의 보편적 역사 인식에 입각한 객관적 검증 결과 도출'이라는 현실적 목표를 감안, 대응의 강ㆍ온을 선택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일단 문제의 역사교과서에 대한 검정 통과 발표를 전후로 2단계 대응을 설정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일본 문부과학성의 발표가 이달 말께로 예상된다"며 "발표 이전과 이후로 양분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일본 스스로 문제 교과서에 대한 검정 통과 보류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데 역량을 결집한다는 계획이다.
이한동 총리 주재로 지난 달 28일 열린 관계부처 대책회의 결과는 교과서 검정기준에 주변국을 배려해야 한다는 '근린제국(近隣諸國) 조항' 적용을 일본 정부에 요구하는 메시지로 보인다. 검정 통과 날짜가 다가올수록 우리 정부의 우려의 목소리는 점점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일본 교과서 문제를 거론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3ㆍ1절 기념사에서는 '일본의 올바른 역사 인식'을 촉구하는 선이었지만 일본측이 계속 주변국의 충고를 귀담아 듣지 않을 경우 김 대통령의 '우려'는 그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대응은 검정 통과 후에 나올 것 같다. 일본 교과서의 검정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검정 통과된 교과서에 역사 왜곡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재수정'이나 '통과 철회'를 요구할 방침이다.
왜곡 시정 때까지 대중문화 추가 개방 일정을 전면 재검토하거나, 정부 공식 문서에서 '천황' 칭호를 사용하지 않는 것도 상정할 수 있는 대응 수단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우리 국회의 결의안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들과 연대해 일본의 왜곡된 역사 인식에 대한 국제적 여론을 상기시키는 것도 한 방편일 것이다.
김승일기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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