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 폭발탄의 준말, 금속용기에 폭약을 채워서 손으로 던지거나 또는 공중에서 투하하여 적을 살상하거나 적의 구조물을 파괴할 것을 목적으로 만든 병기의 일종 (이희승 감수 민중서림 국어대사전)◎새정의 : 1. 미팅이나 소개팅 등에서 외모가 떨어지거나 분위기를 망치는 사람 2. 맥주나 소주를 양주에 섞은 독주, 통칭 폭탄주
원래의 폭탄은 무기다. 하지만 지금의 폭탄은 인생의 윤활유이다. 진짜 폭탄의 공포가 사라진 21세기 한국에서 폭탄은 고작해야 못생긴 사람이거나 여러 술을 섞어 만든 독주(毒酒) 정도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쓰는 '폭탄'은 미팅이나 소개팅에 나온 상대 중 외모가 떨어지거나 분위기를 망치는 이를 일컫는다. '~메주', '~카드' 따위의 비유어를 '폭탄'이 대체하기 작한 때는 대략 96~97년 무렵으로 추측된다.
가장 나쁜 짝과 걸리는 것을 '지뢰 밟았다'고 표현하다가 지뢰감인 인물을 '폭탄'으로 부르게 된 것. 특히 이 무렵 TV 미팅 프로그램에서 상대편 참여자 한 사람을 강제로 경쟁에서 탈락시키는 과정을 '폭탄을 제거한다'고 표현하면서 급속히 퍼져나갔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참가자를 합의를 통해 탈락시키면 만남의 데면데면한 분위기가 반전되었기 때문이었다.
김혜나(16ㆍ고2)양은 "요즘은 미팅이나 소개팅에서 선남선녀 커플을 만들어주기 위해 상대방 폭탄이 '터지면' 우리쪽 폭탄이 알아서 '제거'해주는 것이 관행"이라고 말한다. '외모가 떨어지거나 분위기를 망치는 상대방이 나오면 가장 외모가 떨어지는 우리편 참가자가 짝이 되어준다'는 뜻이란다.
인기 인터넷 대화사이트 스카이러브에는 지난해 5월에 미팅에서 퇴짜를 맞은 이들이 서로를 격려하는 '퍽탄스 클럽'이라는 동호회까지 만들었을 정도다. 이 동호회 시솝 이형주(19ㆍ대학생)씨는 "퍽탄은 폭탄의 어감을 인터넷상에서 부드럽게 해놓은 단어"라고 이 설명한다.
이들보다는 나이든 세대들이 애용하는 '폭탄'은 술을 섞어 만든 독주. '폭탄주'라는 이름으로 이미 사전에도 올랐다. 국립국어연구원이 1999년 발간한 사전에는 "맥주가 담긴 잔에 양주를 따른 잔을 넣어서 마시는 술" 로 풀이돼있다.
서울의 한 특급호텔의 식음료부 관계자에 따르면 "89년 7월 수입양주 시장이 개방돼 일반주점에도 외국양주가 들어가기 시작한 뒤 폭탄주가 유행하기 시작했다"니 꽤나 빨리 사전에 오른 셈이다.
예외 없는 일인일잔(一人一盞)원칙으로 주량과 상관없이 똑같이 취한다는 획일성 때문에 일체감과 단합을 강조하는 남성중심의 조직사회에서 급속도로 펴졌다. 맥주잔에 빠뜨리는 양주잔을 일컫는 '뇌관', 백포도주와 섞어 만드는 '미사일주', 양주에 맥주'뇌관'을 넣는 '수소폭탄'등 숱한 파생어도 탄생시켰다.
용례: 어제 미팅에서 폭탄 만났어. 폭탄 하나 돌리지.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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