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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경기저점 논란 다시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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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경기저점 논란 다시 가열

입력
2001.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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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기는 바닥을 쳤는가, 안 쳤는가.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28일 하원 금융위원회에서 '조기' 금리인하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히자 미 경제의 저점 통과여부를 놓고 논란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그린스펀 의장은 이날도 특유의 '둘러치기 화법' 으로 "성장률이 사실상 제로 상태이며 예상보다 문제가 오래 지속돼 보다 과감한 금리정책이 필요하다" 는 취지로 미 경제의 급속한 경기냉각에 우려를 표명했다.

2월 13일 상원 금융위원회에서 밝혔던 소비자 신뢰도에 대한 조심스런 낙관론도 이날 답변에는 보이지 않아 그가 느끼는 경기냉각의 체감온도가 더 낮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그러나 대중이 경제를 보는 신뢰감을 특히 강조하며 "소비자들의 신뢰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은 채 경기침체를 예단할 수 없다" 는 신중론을 폈다.

경제활동을 사실상 좌우하는 소비자 신뢰도는 매우 정밀한 실사작업을 통해서만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성장률이나 실업률 같은 지표만으로 경제상황을 짐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연일 폭락하고 있는 주식시장에 대해서도 증시가 경제의 모든 것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견해를 밝혔다. 주식시장의 등락은 돈 많은 사람들의 소비패턴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실제 미국인이 경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느냐와는 별개라는 지적이다.

주가가 떨어진다 해서 경기침체가 온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금리를 반드시 주가와 연관지어 결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오히려 최근 나빠진 경기에 대해 기업들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 재고관리 등에서 필요 이상의 긴축을 하는 것이 소비자들의 신뢰감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간경제조사단체인 컨퍼런스 보드가 전날 발표한 1월 소비자 신뢰지수는 5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1996년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소비활동의 중요한 기준인 내구재 주문은 거의 감소하지 않았고 기업의 신규 설비투자 척도인 자본재는 오히려 6.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지표상에서도 전망이 엇갈렸다.

전문가들은 그린스펀 의장이 금리인하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소비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보는 그의 '믿음' 을 들어 월가가 기대하는 조기 금리인하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해석했다. 다만 지난해 4ㆍ4분기 경제성장률이 1.1%로 하향 수정되는 등 경기둔화가 가속화하는 점을 들어 20일 열릴 FRB의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0.5% 추가 인하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이날 미 증시는 조기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무산되면서 3대 지수가 모두 하락했다. 특히 나스닥은 55.99포인트(2.54%) 하락한 2,151.83포인트로 마감, 2,200선이 붕괴되면서 2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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