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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대란' 우려가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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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대란' 우려가 현실로

입력
2001.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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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법인의 엄격한 회계감사로 12월 결산기업의 비적정 의견 감사보고서가 예년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기업과 회계법인 사이에 감사보고서 작성을 두고 논란이 가중되면서 주총 일정을 잡지 못하는 기업이 속출하는 등 '회계대란'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침체국면의 시장이 받을 충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비적정의견 예년의 최소 두배

산기업이 작성한 재무제표 등 회계장부에 대해 회계법인이 내리는 감사의견은 적정, 한정, 부적정, 의견 거절 등 네가지로 적정 의견만이 회계기준에 따라 제대로 작성된 것을 의미한다.

한정은 일부 수치작성의 오류, 부적정은 회계기준에 크게 미흡한 상태, 의견거절은 기업이 자료협조 등을 하지 않아 의견을 낼 수 없다는 뜻이다. 부적정과 의견거절을 받게 되면 상장ㆍ등록기업은 바로 관리종목에 편입되게 된다.

지난해 12월 결산법인으로 부적정이나 의견거절을 받아 관리종목에 편입된 상장법인은 모두 15개사로 570개 상장사 가운데 2.7%에 달했다.

회계법인들이 부실회계 근절을 선언한 올해는 2가지 형태의 비적정의견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해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으로 일부 회계법인이 문을 닫고 부실회계와 관련한 소송이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 "공인회계사와 법인의 생존을 위협하는 감사의견을 낼 수 없다"며 태도가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삼정회계법인 옥민석(43)상무는 "결산기업들은 비적정 의견이면서 현실적 제재가 없는 한정의견을 달라고 요구하지만 감사의견을 타협한다는 것은 옛말"이라며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최소 두배 이상의 부적정, 의견거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비적정의견을 받아 관리종목에 편입될 12월 결산 상장사가 최고 5배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예정된 시장혼란

계법인의 엄격한 잣대에 업체들은 회계법인과 감사의견을 두고 씨름을 벌이느라 주총 일정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12월 결산 574개 상장사 가운데 절반이상이 주총 일정을 확정하지 못해 주총 1주일 전까지 금감원에 제출하는 감사보고서도 28일 현재 넥센타이어 신성이엔지 경인양행 한국카르로락탐 등 4건에 불과한 실정이다.

부실회계가 관행화한 건설업체들은 극도의 긴장상태에 휩싸여 있다. 영화회계법인 윤창환 대표는 "장기 불황으로 건설업체의 부실이 커졌고 건설업종의 회계가 복잡해 대형 회계법인들이 회계처리 기준과 관련한 공동대책을 논의했다"며 "동아와 현대건설 사태로 모든 건설업체들이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비적정 의견의 속출은 해당기업체의 자금조달과 주가하락뿐 아니라 증시에도 대형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소 30개 상장사가 관리종목으로 편입될 경우 지수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리젠트증권 김경신 이사는 "관리종목에 편입되는 비적정의견 업체뿐 아니라 한정의견을 받은 기업의 주가하락도 불가피할 것"이라며 "회계감사로 인한 투자심리 악화라는 새로운 증시패턴이 생긴 셈"이라고 분석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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