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국민 배우 야쿠쇼 코지 주연의 '쥬바쿠(呪縛, 주술이라는 뜻)'는 1997년 일본에서 일어난 금융 스캔들을 모델로 했다.일본 제일권업은행과 4대 주요증권사가 총회꾼과 벌이는 부정거래가 폭로됐고, 베스트셀러 작가 다카스키 료는 이 스캔들을 소재로 '금융부식열도'를 출간해 베스트셀러를 만들었다.
경찰 수뇌부의 비리를 보여준 '춤추는 대수사선'이 코믹 드라마의 성격을 가진 것이라면 '쥬바쿠'는 다큐멘터리적 기법을 통해 진실을 밝혀가는 과정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ACB(아사히중앙은행)이 조직 폭력배인 거물 총회꾼에게 불법적으로 대출을 한 혐의를 잡은 검찰은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한다.
은행은 아수라장이 되고, 300억엔의 불법 자금 대출이 하나둘씩 전모를 드러내면서 은행장을 비롯한 고위 간부들이 속속 구속되기에 이른다.
기획부의 기타노(아쿠쇼 코지)는 은행 막후 실력자이며 비리의 주범인 사사키(나카다이 다쓰야)의 사위. 장인의 후광을 거부해 온 그는 가타야마, 이시이, 마쓰하라 등 4명의 동료와 함께 무조건 은행을 때려 잡으려는 경찰에 맞서 은행을 개혁해 나간다.
만일 이 이야기를 할리우드에서 만들었다면 어떠했을까. 아마 기타노가 하나둘씩 사건을 알아채가면서 상부로부터 압력을 받고, 이에 잠시 흔들리다 결심을 하게 되는 과정을 '영웅'적으로 그렸을 것이다.
물론 미모의 여기자가 사건을 풀어가는 주요 '영웅'중의 하나로 부각되는 것은 남녀 차별이 심한 일본의 정황을 두고 볼 때 다분히 '할리우드적'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평면적 시간의 배치를 통해 불의에 굴복하지 않으며, 인척 관계에도 얽매이지 않는 '일본식 영웅'을 만들어낸다.
배우들의 연기는 사실적이지만 팽팽한 긴장과 드라마의 잔재미를 잃었다. 감독은 '카미카제 택시' '바운스'등을 선보였던 하라다 마사토.
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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