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교에 입학하는 김모(16)군은 '반장학원'에 다닌다.자기소개, 소견발표 등 한달간의 기초 과정을 끝낸 김군은 두번째 단계로 발성, 표정연설 등 강사로부터 일대일 개인교습을 받고 있다. 학급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김군은 "일단 학생회 간부라도 하면 나중에 학교장 추천받는 데 유리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대학입시에서 특별전형이 점점 확대됨에 따라 각종 '특기ㆍ재능학원'을 찾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학생들은 '감투', '장기', '인증서' 등을 따내기 위해 웅변학원, 골프학원, 만화학원, 외국어학원, 연기학원은 물론, '금기'로 여기던 '당구'학원까지 찾는다.
강남에서 당구 입시반을 운영하는 H학원 관계자는 "올 입시에서 모대학 사회체육학과 특기자 전형에 우리 학원 출신 3명이 합격했다"면서 "덕분에 수험생들의 등록문의가 꾸준히 이어진다"고 말했다.
박세리 돌풍으로 잠시 인기를 끌었던 골프도 대입을 겨냥한 학생 전문학원까지 등장했다.
서울 강북의 E골프학원은 해외연수까지 가는 한학기 300만원짜리 초고액 강좌를 개설했으며 경기 L학원은 밀려드는 학생들로 곧 2호점을 열 계획이다. M연기학원은 면접과 오디션 등 '입시'를 거쳐 초ㆍ중ㆍ고 수강생 800명을 선발했으며, 애니메이션을 전공하려는 학생들은 만화학원으로 몰리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자 일부에서는 "신종과외 열풍" "사교육 부담 증가"를 주장하며 새 대입제도를 성토하고 있다. 과중한 수학능력시험 공부 부담을 줄이고 무시험 전형을 대폭 확대, 창의성있는 인재를 뽑는다는 교육개혁의 취지는 좋지만 자녀들의 '재능 만들기'에 엄청난 경제적 부담이 따른다는 것.
학부모 김모(42ㆍ여ㆍ서울 관악구 신림동)씨는 "아이 적성을 살려 보려고 경시대회학원 등 벌써 5~6개 학원에 보내봤다"면서 "가계 부담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교조 관계자는 "공교육을 강화해 학교에서 적성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모든 학부모가 '고3 부모'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참교육학부모회' 관계자도 대학측은 특기평가와 관련해 공정한 선발기준을 만들어 무분별한 '경력쌓기'식 과외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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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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