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없는 인간의 삶을 극복하고자 했던 실존주의 시대 지식인의 초상, 그가 앙드레 말로(1901~1976)였다.프랑스의 혁명가, 레지스탕스, 소설가, 정치가, 비평가 등 그 앞에 붙는 여러 명칭은 의미 없는 수식어인지도 모른다.
스페인 내전에 공군장교로 반파시즘 전선에 참여했고, 2차 대전 때는 레지스탕스 대원으로 가담했고, 드골과의 만남 이후에는 정치인으로 변신, 탄탄한 문화 행정을 펼쳤던 그지만, 숨가쁘게 달려왔던 삶은 결국 유한한 실존적 몸부림에 다름없던 게 아닐까.
20세기는 서구 문명의 위기였다. 종교의 쇠퇴는 뚜렷했고, 이를 대체하리라던 과학기술 문명은 공허한 약속임이 드러났다.
경제공황과 세계전쟁이 교차하고, 이데올로기적 대립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신의 부재, 가치 상실의 시대에 인간은 어디서 구원 받을 것인가.
말로가 1976년 숨진 뒤 그의 유고를 모아 이듬해 출간된 에세이집 '덧없는 인간과 예술'(푸른숲 발행)은 이 물음에 대한 그의 사유가 집약돼 있다.
"인간, 그 작은 존재가 만들어내는 엄청난 힘, 그것이 바로 예술이다." "인간은 스스로를 통해 영혼의 갈구를 발견하고 그것을 예술이라는 변형을 통해 승화시킨다."
덧없는 인간이지만, 영원성을 갈망하는 열정에서 비롯된 예술을 통해 인간의 조건을 극복한다는 것이 말로의 답이다. 파란만장한 삶을 산 그를 구원할 귀착점은 예술이었던 셈이다.
14편의 에세이로 된 이 책은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문학, 연극, 미술, 영화 등의 경계를 넘나들며, 문명사 전체에서 예술의 의미를 탐색하고 있다.
'상상계'라는 개념으로 예술적 장르를 총괄하는 영역을 확보한 그는 상상계의 포착, 즉 창작이야말로 비극적 운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더욱 불확실해지는 현대 상황에서 예술의 각 장르를 진단한 후 "역사상 강력한 문명도 덧없는 인간을 낳게 된다"는 경고를 잊지 않는다. 유복렬 옮김.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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