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은 최근 500만원 이하 예금 고객들에게 일일이 3만원 상당의 경품을 보내줬다. '계좌 잔액을 500만원 이상으로 높여주거나 아니면 해지해 달라'는 정중한 부탁의 글과 함께.은행의 고객 차별화 전략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고객들의 정서를 감안해 서로 눈치만 보고 있던 은행들이 최근 금융시장 변화에 따라 서서히 차별화 전략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소액 예금자들에게 일정한 '패널티'를 부과하는 반면 대출고객에게 각종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등 차별화 방식도 점차 다양화하고 있다.
■대출 고객은 '국빈' 대접
국민은행은 1일 주택담보대출 신규 고객과 가계대출금액이 2,000만원 이상인 기존 고객에 대해 4월말까지 각종 수수료를 면제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택담보 대출 고객에 대해서는 담보조사(감정) 수수료, 증명서 발급수수료, 담보교체 수수료 등이 면제되며, 가계대출 고객에게는 자기앞수표 발행수수료, 자행환 송금수수료 등이 면제된다.
이에 앞서 국민은행을 비롯해 신한, 한미은행 등이 주택담보대출 고객에게 설정비를 면제해주기로 해 사실상 1%포인트 가량의 금리우대 혜택을 부여했다. 이밖에 하나은행이 본점 영업부에 대규모 'VIP룸'을 신설하는 등 거액 예금자들을 상대로 한 각 은행의 우대 서비스는 계속 확산되는 추세다.
■내몰리는 소액예금자
소액예금자에 대한 차별화 전략을 촉발시킨 것은 외국계은행인 제일은행. 제일은행은 올초부터 과감하게 일정 금액 미만의 소액 예금은 아예 받지 않거나 수수료를 부과하는 '계좌유지 수수료제'를 도입했다.
월 평균 잔액이 10만원 미만이면 2,000원의 수수료가 부과되며 5만원 이하는 신규로 예금할 수 없도록 했다.
서울은행과 한빛은행도 소액예금에 대해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수수료를 물리기로 했다. 서울은행은 19일부터 저축예금의 3개월간 평균잔액이 20만원에 미치지 못할 경우 이자를 지급하지 않기로 했으며, 한빛은행은 18일부터 50만원 이하 보통예금에 대해서는 이자를 주지 않는다.
금융계 전문가들은 고객 차별화 전략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차별화 방식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보다 먼저 차별화 전략을 도입한 외국은행들은 씨티은행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 정중한 방식을 택해 고객들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