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이동통신(IMT-2000) 서비스가 시작되기도 전에 통신산업이 파산으로 치닫고 있다"(한스 가이어 인텔 부사장)세계 통신업계가 대혼란에 빠졌다. 유럽 발(發) '3세대 비관론'이 전세계로 급속 확산되면서 서비스 연기는 이미 대세로 굳어졌다. 빚더미에 앉은 통신업체의 자금 여력 뿐 아니라 3세대 이동통신 기술 자체에 대한 의문도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깊어지는 회의론
3세대에 대한 비관적 전망은 최근 프랑스 칸에서 열린 'GSM(유럽이동전화) 세계회의'에서 절정을 이뤘다.
어윈 제이콥스 퀄컴 회장은 "3세대는 2004, 2005년에야 상용화할 것"이라며 "특히 비동기(W-CDMA)는 심각한 기술적 결함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알카텔은 한 술 더떠 "3세대 서비스가 시작될 수 있을 지조차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런 비관론에도 불구하고 일본 NTT도코모는 27일 예정대로 5월 말 세계 최초로 3세대 상용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서비스 지역이 도쿄에 국한되고 전송속도도 크게 떨어져 '상용'서비스로 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보시 코지 NTT도코모 회장도 "제이콥스 회장의 비판을 수용, 기술 개선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2.5세대 전망도 흔들
3세대 연기가 기정사실화하면서 GSM 계열의 GPRS,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계열의 IS-95C 등 이른바 '2.5세대'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2.5세대로도 3세대 서비스의 80% 가량을 커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프랑스 부이그텔레콤은 최근 3세대 사업권 신청을 포기하면서 비용이 덜 드는 GPRS 서비스에 주력하기로 했다. 국내에서도 박운서 데이콤 부회장이 27일 LG텔레콤 처리와 관련, "IS-95C 서비스에 주력하면서 4세대로 건너뛰는 길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2.5세대 전망도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유럽 2위 이동전화사 오렌지는 GPRS 상용화 시기를 내년으로 늦췄다.
올해 말 GPRS를 도입하겠다던 부이그텔레콤은 아직 장비구매 계약조차 하지 않고 있다. 국내 이동전화사들도 지난해 하반기 IS-95C 서비스 도입을 선언했으나 전용 단말기도 컨텐츠도 없는 '유령 서비스'에 그치고 있다.
■장비업계도 갈팡질팡
통신시장의 미래가 '시계0' 상황에 빠지자 장비 업계의 제품 출시 일정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일례로 노키아는 상반기로 예정된 GPRS폰 출시를 연말로 늦췄다.
게다가 장비 업계는 휴대폰 시장 축소로 '2중고'를 겪고 있다. 최근 메릴린치, 리만 브라더스 등 투자기관들은 일제히 올해 시장 규모를 4억6,000만~4억9,000만대로 대폭 낮췄다.
장비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는 선진업체에 비해 연구인력과 자금이 넉넉지 않아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어렵다"면서 "통신시장의 앞날을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 지속될 경우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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