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28일 황태연 동국대 교수의 남북한 과거사 책임문제 관련 발언을 놓고 이틀째 공방을 벌였다.민주당은 서둘러 황 교수의 당직 사퇴서를 수리했으나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공세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황 교수 사표수리 안팎
민주당은 이날 황 교수가 갖고 있는 국가경영전략연구소 비상근 부소장직 사표를 김대중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황급히 수리했다. 이에 앞서 황 교수는 아침 조간신문을 보고 임채정 국가경영전략 연구소장에게 전화해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발언 진의를 왜곡한 일부 언론사 등에 법적 대응을 하는데 당에 부담을 줄 것 같아서"라고 사퇴배경을 밝혔다. 황 교수 발언파문의 확대를 차단하려는 듯 김영환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황 교수의 사퇴를 발표하며 "한나라당이 더 이상의 논쟁을 유발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 김중권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황 교수의 발언으로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당혹감을 나타낸 뒤 "황 교수가 스스로 사직했기 때문에 그 문제는 일단락됐다"고 분위기를 수습했다.
황 교수를 초청한 '21세기 동북아 평화포럼' 측은 이날 성명을 내고 "황 교수에 대한 매카시즘적 비난은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 모임의 대표인 장영달 의원은 "야당의 공세는 법치국가에서 상식 있는 정당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조순형 의원은 의총에서 "황 교수의 발언은 시기ㆍ국민정서ㆍ논리 등 어디에도 맞지 않는 해괴한 발언"이라며 "이 발언을 계기로 6ㆍ25전쟁과 KAL기 사건에 대한 당의 입장을 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태희기자 taeheelee@hk.co.kr
▲한나라당 공세
한나라당은 28일 황태연 교수의 발언을, 현 정권의 정체성 문제와 직결시키며 2차 공세를 폈다.
이회창 총재는 이날 총재단 회의에서 "정권 핵심실세들의 역사인식이 문제"라며 "남북간 평화정착을 위해 모든 노력을 쏟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반 인륜적ㆍ반 인권적 발언과 행위가 용서되고 묵과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기배 사무총장은 "수도 서울의 국회 내에서 6ㆍ25 사상자와 그 가족, KAL기 희생자 가족을 욕되게 하는 망언이 자행된 데 대해 망연자실할 뿐"이라며 "민주당은 황 교수의 망언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전말을 해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권철현 대변인은 "황 교수는 일개 교수가 아니라 현 정권 출범과 함께 대통령의 사상적 편린을 만들고 전달해온 핵심적 인물이자, 최근 민주당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국가경영전략연구소 부소장"이라며 "도대체 이 나라는 누구에 의해 어디로 끌려가고 있는가. 북한에게 나라를 바칠 태세가 아닌가"라고 비난했다.
반면, 서상섭 안영근 의원 등 일부 개혁파 의원들은 "6ㆍ25와 KAL기 사건은 역사적 사안으로, 사과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황 교수 발언에 대한 매카시즘적 비난은 옳지 않다"며 당 지도부의 대처방식에 반기를 들기도 했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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