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ㆍ전인대) 9기 4차회의가 5일 개막된다. 이번 전인대는 특히 공산당 일당 지배구조와 21세기를 앞둔 국민의식 수준 제고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하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중국 정치체제의 개혁과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전인대의 위상강화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전문가들은 시장경제체제의 심화, 정보통신산업 발전의 영향으로 중국 정치의 구심점으로 전인대가 더욱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10여일간의 이번 전인대 회기동안 다뤄질 주요 의제는 지난해 10월 중국공산당 5중전회에서 채택된 '국민경제와 사회발전 10차 5개년계획'의 심의ㆍ의결이다.그리고 2002년 당대회와 2005년 전인대에서 구성될 중국 4세대 정치구도의 밑그림이 심도있게 논의될 전망이다.
이밖에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파룬궁(法輪功) 대책, 대만 통일문제,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의 이론권위 확립, 유엔 인권협약, 유통법 개정안 등이 중요 안건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전인대 관계자는 "이번 4차회의는 경제문제 논의가 주 안건"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대표자들의 신랄한 질문이 쏟아질 것에 대비해 국무원에 답변준비를 철저히 하라는 비상이 걸린 상태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전인대는 정부의 공작보고, 국가주석 및 부주석ㆍ국무원 총리 등 주요 지도자 선출, 헌법 개정, 기타 국가안보 주요 안건을 심의ㆍ결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과거에는 공산당의 정책을 추인하는 '고무도장'또는 '거수기'에 불과했으나 최근들어 대표자들이 자율적 비판과 견제기능을 행사하는 최고 국가권력기관으로 제기능을 찾아가고 있다.
올들어 2월14일 폐막된 랴오닝(遙寧)성 선양(瀋陽)시 인대(人大)가 시 정부의 2000년 공작보고를 찬성 162, 반대 218표로 부결시킨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전인대의 위상 변화는 1998년 제4기 전인대가 구성되면서부터 서서히 시작돼온 것이기도 하다. 당시 1차 회의에서 최고 인민검찰원장 인선투표에서 3분의 1 이상이 반대의사를 표명했고 상무위 부위원장 선출에서도 반대표와 기권표가 속출했다.
최근 들어서는 성ㆍ시장 선거 등 지방선거에서 공산당이 내세운 후보가 낙선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또 각종 안건 처리과정에서 반대표가 많이 나오고 통과보류 법안의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전인대 변화의 관건은 하급 인대에서 상급 대표를 인구비례로 투표하는 간접선거제도의 개혁이다. 현재 현ㆍ향 인민대표는 주민의 직접선거로 선출하고 있지만 전인대는 앞으로 시ㆍ구는 물론 성ㆍ시까지 직접선거 확대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전인대 9기 4차회의를 통해서도 중국 인민들의 점진적인 정치체제 참여 모색을 지켜볼 수 있을 것 같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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