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음악은 힙합이 아닙니다. 랩 앤 블루스입니다. 기본은 R&B구요."함부로 축약하기 어려운 복합성을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힙합그룹''나는 R&B가수'라는 표식을 쉽게 붙일 수 없다. 굳이 설명하자면 이름처럼 '무정형'일 것이다.
'프리 스타일'이 2집으로 돌아왔다. 작곡과 코러스를 맡는 홍일점 레이지(22)를 비롯, 랩과 작사를 하는 미노(24), 비트박스의 달인 지오(20)로 이루어진 이들은 99년 1집 '파티타임'에서 독창적인 색깔로 기대를 모았다.
이번 앨범에서는 좀더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와 그루브한 감각으로 무장했다. 타이틀곡 '여인의 향기'는 같은 제목의 영화 사운드트랙의 음울하면서도 클래식한 바이올린 선율과 힙합을 조화시켰다.
에미넴의 'STAN'의 도입부처럼 몽환적인 분위기의 '괜찮아', '오늘하루 시작이다 일곱시/왜이렇게 차가 막혀 여덟시.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생활을 재기발랄하고 거침없는 랩으로 쏟아내는 '시계'등, 전반적으로 어느 곡 하나 버릴 것 없도록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이들의 음악은 힙합이라고 하기에는 멜로딕하고, R&B로는 비트가 강한 편이다. 랩에는 '저항성'을 담아야 한다는 통념에도 매이지 않는다.
자신에 대한 회의, 떠난 사랑에 대한 회한 등을 그루브한 선율에 담아 자유분방하면서도 편안하게 풀어 나간다.
하지만 이런 색깔은 1집에서 '언더냐, 오버냐'하는 시비를 불러오기도 했다. '정통'을 고집하는 언더 힙합진영과 '무늬만 힙합'인 댄스음악으로 양분된 상황에서 나올 법한 의견이었다. "우리 음악은 그야말로 '프리 스타일'입니다.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멤버 개인의 캐릭터도 다양하다. 미노는 테크노, 레이지는 힙합을, 지오는 둘을 합친 트립합을 지향한다.
스스로 곡을 만들지만 애써 '싱어송 라이터'임을 내세우지 않는다. 어떤 상대든 한 시간 내에 포복절도하게 만들 만큼 재기발랄하기도 하다.
특히 지오는 세션맨들이 주눅들 정도로, 각양각색의 비트박스를 하면서 동시에 노래를 부르는 비상한 재주도 가졌다.
넘치는 끼와 탄탄한 음악성, 거기에 폭넓은 대중성까지 갖추고 돌아온 프리 스타일.
'기획상품'이 아닌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분명 반가운 존재이다. 힙합, R&B, 펑키 등 다양한 리듬의 조합으로 펼쳐지는 '노래굿'이 상반기 가요계에 불러올 반향이 만만찮을 듯 하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