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의 침체를 예고하는 경고등이 잇따라 켜지고 있다. 경기 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결과인 소비자 신뢰지수가 급락하고 내구재 생산과 신규 주택판매량 등이 급격히 줄어드는 등 경기 악화를 보여주는 지표들이 발표되면서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로런스 린지 백악관 경제 담당 보좌관은 27일 CNBC-TV와의 회견에서 "주요 지표들이 지난해 9월이나 10월에 정점에 이른 것 같다"며 "미국 경기는 급속히 둔화하고 있으며 백악관은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경영협회가 최근 미국내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분석가 3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33%가 올해 경기침체의 위험이 있다고 지적,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이 경기동향을 파악할 때 주요 지표로 내세우는 소비자 신뢰지수가 곤두박질 치고 있다. 뉴욕 경영자 연구단체인 컨퍼런스 보드가 경제 전반의 물가, 구매조건 등에 대해 다양한 설문조사를 실시, 27일 발표한 이 달의 소비자 물가지수는 106.8로 1996년 6월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으며 5개월째 연속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미제조업협회(NAM)도 이날 상반기 이사회에서 회원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4~5개 업종이 제로 또는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리 재시노스키 NAM 회장은 "조사대상 업체의 절반 이상이 상반기 수익증가율이 3% 이내에 그치는 등 수익 전망도 악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1월 내구재 생산이 6% 줄어들어 1999년 6월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는 상무부의 발표와 2월중 주택 판매가 11%나 감소했다는 소식은 27일 나스닥 지수를 100.72 포인트(4.36%)나 떨어뜨려 2년 만에 최저수준인 2,207.78을 기록하게 하는 등 주식시장 마저 얼어붙게 했다.
이에 따라 일부 분석가들은 급속히 확산하는 경기악화의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3월 20일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 정기 회의에 앞서 이르면 이번 주 중 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까지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미국 경기침체가 일시적인 것이라며 금리 인하의 불필요성을 강조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퍼스트 유니언의 수석 연구원 데이비드 어는 새로 발표된 소비자 신뢰지수 보고서에는 FRB가 성급하게 금리를 인하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들이 담겨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반적인 경제전망으로 보면 분명히 침체국면에 들어갔지만 소비자 개인이 느끼는 상황은 결코 침체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로저 퍼거슨 FRB 부의장은 소비자 신뢰지수의 급격한 하락에도 불구하고 가계 지출은 그동안 위축되지 않고 잘 버텨왔다고 평가해 FRB가 조기에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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