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4시 전국경제인연합회 3층 대회의실. 박원순(朴元淳) 참여연대 사무처장이 손병두(孫炳斗) 전경련 상근부회장을 비롯한 기업인들과 머리를 맞대고 앉았다.전경련이 박 사무처장을 초청,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주선하는 형식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재계의 본산인 전경련과 '기업 공격수'참여연대가 처음으로 만나 대화하는 자리였다. 재벌(대기업)의 소액주주와 대주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가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재계측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재벌개혁을 둘러싸고 견원지간으로 지내던 양 단체가 한자리에 만나 대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신선한 충격"이라는 반응이다.
참여연대측은 "박 사무처장이 개인자격으로 간담회에 응한 것일 뿐 참여연대가 공식적으로 전경련과 교류를 갖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다소 조심스럽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양측의 만남은 이유가 있다. 시민 단체들은 줄 곳 시민운동의 활성화와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는 시민운동을 지원하는 별도의 기금의 창설이 필요하다"며 "전경련이 기업의 공익적 프로젝트를 독려하고 안내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전경련 역시 3월 이후 줄줄이 밀려있는 대기업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소액 주주들을 등에 업은 참여연대의 공격이 두려울 수 밖에 없다. 또 규제개혁 부문 등에 관해서는 일정하게 참여연대와 입장과 방향이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이유가 어쨌든 이번 만남은 재계와 시민단체가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데 가장 큰 의의가 있다.
더욱이 양측이 서로에게 '변신'을 요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특히 큰 입장차이에도 불구하고 양측이 서로의 실체를 인정하고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결,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 이보다 큰 소득은 없을 것이다.
경제부 조재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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