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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목화 '분장실' / "내 인생은 제대로 캐스팅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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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목화 '분장실' / "내 인생은 제대로 캐스팅됐나"

입력
2001.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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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한바탕 연극이라 했다. 각자 주어진 역할을 하다 간다. 내 인생은 제대로 캐스팅 됐나. 나는 내 역을 제대로 하고 있나. 나는 무슨 역을 꿈꾸는가.극단 목화가 오태석 연출로 공연 중인 '분장실'을 보면서 관객은 이런 질문을 할지 모른다.

일본의 현대극작가 시미즈 구니오의 이 작품은 산 자와 죽은 자의 안쓰러운 연극 놀이다.

연극 배우들의 애환이 거울처럼 우리 삶의 꿈과 좌절을 비춘다. 삶과 죽음이 나란히 놓인 무대에 연민과 웃음이 엇갈리며 애틋한 정경을 빚어낸다.

주역 한 번 못 해보고 죽어서 여러 해 째 분장실을 떠도는 배우 귀신 둘, 주역더러 역 내놓으라고 생떼 쓰다 술병에 맞아 죽은 신참 귀신 하나, 주역을 맡고도 제대로 못해 괴로워하면서 역할 뺏길까 두려워하는 살아있는 연극 배우, 그렇게 네 명의 여배우가 나온다.

귀신들은 영원히 오지 않을 등장을 기다리며 매일 밤 의상을 입고 분장을 한 채, 하고 싶은 역을 연습한다.

서로 배역을 다투며 잘 났네 못 났네 싸우기도 한다. 끝내 떨칠 수 없는 꿈에 매달리는 그들의 집착은 우습고 불쌍하다. 안 됐기는 살아있는 여배우도 마찬가지다.

배우로서 내리막길에 들어선 그는 '여배우라는 잔혹한 직업을 끝까지 견디겠다'며 안간힘을 쓰지만, 힘들어 보인다.

마지막 장면, 세 귀신이 연습하는 체호프의 '세 자매'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우린 아직 끝나지 않았어.

굳세게 살아가자." 귀신이 굳세게 살아? 이 말도 안되는 다짐은 이 연극을 시작하는 푸시킨의 시 구절과 짝을 이루며 관객을 위로한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3월 25일까지 대학로 아룽구지극장.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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