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7일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의 골자는 러시아의 대북 포용정책 지지와 경제협력의 확대로 요약할 수 있다.러시아의 대북 포용정책 지지는 남북관계 진전과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작업이 지금의 흐름대로 진행될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동북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 4강 중 중국 일본이 이미 지지를 보냈고 러시아도 이를 재확인했다고 볼 수 있다.
미국도 3월7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지지의사를 확인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남북 화해ㆍ협력을 통한 평화구축'이라는 구도는 계속 한반도 문제의 해법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됐다.
이 합의는 우리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게 아니고 동북아에 영향을 증대 시키려는 러시아의 이해에도 합치되는 측면이 있어 양국의 접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
우리가 1972년 후 러시아가 체결한 전략무기감축협정 등을 동의하고 양국이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의 활동, 미사일의 비확산에 대한 국제감시체제(GCS)를 평가했다는 대목도 같은 맥락이다.
MTCR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러시아에게는 미국의 국가미사일 방어체제(NMD) 에 대한 은근한 견제용으로, 우리에게는 북한의 미사일 비확산을 촉구하는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경제적으로도 양국은 접점을 이루었다. 나홋카 공단 건설, 이르쿠츠크 가스전 개발에 협력하고 '한러 극동시베리아 분과위'를 설치하는 합의는 대륙으로 진출하려는 한국과 급성장하는 동북아 경제권에 동참하려는 러시아의 이해가 일치된 결과다.
한반도 종단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연결 사업과 관련, 남북한과 러시아의 3각 경제협력을 모색하자는 합의도 우리의 '한반도 시대'와 러시아의 동진론이 만들어 낸 합작품이다.
그러나 경제적 측면에서는 변수가 많이 남아 있다. 우선 북한이 아직까지는 남북한ㆍ러시아의 3각 경협에 회답을 보내지 않고 있다. 북한은 과거 러시아가 석유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해 심각한 난국에 빠진 기억을 아직 지우지 않고 있다.
또한 러시아가 경협의 대역사를 실현시킬 경제적 여력이 있느냐도 의문이다. 공동 성명의 경협 부분에 '계속 협의' '공동 노력'이라는 추상적 표현이 들어있는 것도 양국이 아직 구체적이고 확실한 경협단계에 까지 도달하지 않았다는 반증이라 할 수 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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