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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페라'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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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페라' 열풍

입력
2001.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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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를 팝 스타일로 노래하는 팝페라(popera)가 날로 인기를 얻고 있다. 듀엣 곡 '타임 투 세이 굿바이'로 유명한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와 뮤지컬 가수 사라 브라이트만이 세계 음반 시장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이지, 지오다노 등 새로운 팝페라 가수가 등장, 열풍을 잇고 있다.팝과 오페라의 합성어인 팝페라는 1997년 워싱턴포스트지가 만들어낸 말. 오페라를 팝처럼 부르거나 팝과 오페라를 넘나드는 음악 스타일 또는 대중화한 오페라를 가리킨다. 유럽이나 일본에선 일상적 용어가 됐다.

같은 아리아를 불러도 팝페라 가수의 노래는 훨씬 가볍고 부담 없이 들린다. 그래서 오페라 가수가 마이크 없이 온 몸을 울려 노래할 때와 같은 짜릿함이나 묵직한 감동은 찾기 어렵지만, 부드럽고 달콤해서 뿌리치기 힘든 유혹처럼 다가온다. 드보르자크의 오페라 '루살카'의 아리아를 부른 사라 브라이트만의 '라 루나'는 간절한 속삭임 같다.

오페라 아리아풍으로 작곡된 엠마 샤플린의 '별은 사라지고'는 두근거리는 드럼 비트와 전자음을 타고 경쾌하게 흘러, 듣고 있노라면 춤추고 싶어진다.

이탈리아 팝 소프라노 필리파 지오다노가 노래한 벨리니 오페라 '노르마'의 '정결한 여신'을 들어보라.

이 곡의 영원한 주인으로 숭배받는 마리아 칼라스의 노래에서 느껴지는 엄정한 카리스마는 없다. 대신 부드러운 콧소리와 숨 막히는 고음이 팝 가수 셀린 디온을 연상시킨다.

팝페라는 1980년대부터 불어닥친 크로스오버 붐의 연장선에 놓여있지만, 최근에는 어정쩡한 넘나들기를 지나 고유한 장르로 자리잡아가는 느낌이다.

올해 국내에 처음 소개된 영국 가수 이지(본명 이소벨 쿠퍼)가 대표적이다. 이지는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길드홀 음악학교 출신이지만, 자신의 뿌리인 클래식의 엄격함에서 벗어나 자유분방하게 노래하고 있다. 그에게 팝페라는 외도가 아니라 본령이다.

침체에 빠진 클래식음악 시장에서 팝페라는 인기상품이 됐다. '팝페라의 여왕'으로 불리는 사라 브라이트만의 음반은 국내에서 '타임리스''에덴' '라 루나' 세 장을 합쳐 33만장이나 팔렸다. 대형 아티스트라 해도 1만장 팔기가 어려운 클래식 음반 시장을 생각하면 대박인 셈이다.

이러한 현상을 '실력 부족 성악가의 외도' 또는 '음반사의 장삿속'으로만 본다면 지나친 결벽증일 것이다. 팝페라는 크로스오버와 퓨전의 시대가 낳은 새로운 음악이고, 좋아하고 말고는 개인 취향일 뿐이니까.

친근하게 감성을 파고드는 팝페라의 유연함은 딱딱한 마음을 슬그머니 무장해제시킨다. 덕분에 어려운 오페라 아리아를 유행가처럼 흥얼흥얼 따라 부를 수도 있게 된다. 그러한 대중성이 팝페라의 최대 강점일 것이다.

팝페라 음반들, 안드레아 보첼리, 이지, 지오다노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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