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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로셰비치 신병 유엔 넘겨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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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로셰비치 신병 유엔 넘겨주겠다"

입력
2001.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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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으로 기소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연방 대통령의 사법처리 및 유엔 산하 국제유고 전범재판소(ICTY) 인도가 급속히 구체화하고 있다.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유고 대통령은 26일 "밀로셰비치를 국내재판에 회부한 뒤 헤이그 전범재판소로 넘길 것" 이라고 밝혀 밀로셰비치 처리에 대한 정부측 입장이 최종 정리됐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지금까지 유고 당국은 '외국과 그 법정에 유고 시민을 인도하는 것을 금지한다' 는 헌법 조항을 들어 밀로셰비치의 전범 재판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조란 진지치 세르비아 공화국 총리 등 그의 사법처리를 강력히 주장하는 개혁파와 "헤이그 전범재판소는 유엔기구이기 때문에 헌법조항에 적용되지 않는다" 는 몸칠로 그루바치 연방 법무부 장관의 발언이 정부 내에서 힘을 얻으면서 코슈투니차 대통령의 입장을 완전히 반전시켰다.

밀로셰비치를 국내재판에 먼저 회부하겠다는 것은 우선 미국 등 서방측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희석시키고, 이 과정에서 경제원조 등 실익을 최대한 챙길 발판을 만들어 놓자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밀로셰비치가 국내에서 받고 있는 여러 혐의 중 부패혐의에 대해서만 재판을 받을 것이라는 현지 언론의 보도를 볼 때 최대한 정치적 '타협' 의 흔적을 지워보겠다는 코슈투니차 정부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부패혐의가 사실관계에 근거, 입증하기 가장 쉬운데다 밀로셰비치에 대한 혐의는 기록으로 충분히 확보돼 있기 때문이다. 밀로셰비치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뒤 베오그라드 우지카 34번지에 있는 국유재산 별장을 당시 시가의 100분의 1에 불과한 5,700파운드(약1,140만원)에 구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거래는 당시 밀로셰비치의 세르비아 사회당과 연계, 권력을 누리고 있던 세르비아 급진당의 보이슬라프 세세지 당수가 의회승인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은 과제는 의회의 반응이다. 코슈투니차 대통령의 개혁파가 장악하고 있는 의회에서도 결국 밀로셰비치를 인도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겠지만, 민족주의 성향의 야당의 공세를 어떻게 무마하느냐에 따라 파문이 확대 여부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밀로셰비치 집권 당시 징집 회피자들을 사면해 주는 의회 법안 심의에서 법안에 반대하는 세세지 급진당 당수와 슬로보단 크라포비치 유고 국방부 장관 간에 벌어진 난투극은 밀로셰비치 문제를 집권당 뜻대로 처리하는 것이 결코 순탄치 않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또 밀로셰비치를 국내 법정에서 세운다 해도 재판이 언제 끝날 수 있을 것인가도 관심사안이다. 수하르토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칠레 대통령의 경우처럼 밀로셰비치를 단죄하는 것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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