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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이산상봉 / "이젠 우리 가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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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이산상봉 / "이젠 우리 가족도…"

입력
2001.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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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납북 대한항공기 여승무원 성경희(成敬嬉ㆍ55)씨가 노모 이후덕(李後德ㆍ77)씨를, 국군포로 손호원(75)씨와 김재덕(69)씨가 남측 동생을 각각 만난데 이어 납북 여객기의 또다른 승무원 생존사실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27일 대한적십자사 등에는 생사여부 확인과 상봉가능성을 타진하는 납북자와 국군포로 등의 가족 전화가 줄을 이었다.생존사실이 확인된 대한항공 YS-11기의 기장 유병하(柳炳夏ㆍ69)씨의 부인 염영희(64)씨는 "꿈에 그리던 남편이 살아있다니 가슴이 떨려 말도 못할 지경"이라며 "빨리 남편을 만나게 해 달라"고 울음을 터뜨렸다.

염씨는 "하지만 부기장 최석만(崔石滿ㆍ69)씨의 부인은 안타깝게도 3년전 세상을 떠났다"며 "경기 성남에 산다는 최씨의 큰 딸 은주(46)씨라도 아빠를 만나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귀환 승객들의 가족들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승객 장기영씨의 부인 이순남(李順南ㆍ69ㆍ경기 의정부시)씨는 "남편의 생사도 모른 채 네자녀를 키우며 32년을 기다려 왔다.

이산가족과 상관없이, 인도적 차원에서 조속히 상봉과 송환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쏟았다.

납북승객 황원씨의 아들 인철(35ㆍ경기 부천시)씨도 "그동안 가족의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이제라도 정부가 적극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납북 승무원 상봉과 생존소식 등에 접한 다른 납북자 가족들의 안타까운 심정도 결코 덜하지 않다.

72년 4월 백령도 해상에서 조업중 납북된 이홍석(64)씨의 아들 이재호(李宰浩ㆍ32ㆍ경기 수원시)씨는 "일회성ㆍ전시성의 '맛보기'상봉보다 실질적 송환이 중요하다"며 "만일 돌아가셨다면 사망일시와 원인, 경위라도 확실히 통보해 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95년 중국에서 선교활동 중 납북된 안승운(57)씨의 부인 이연순(李延順ㆍ53ㆍ서울 금천구)씨는 "이산가족이나 월북자도 가족을 만나러 내려오는데 납북자의 상봉과 송환은 당연한 것 아니냐"며 "납북가족의 힘을 모아 정부를 상대로 납북자 및 국군포로 송환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국군포로협의회도 북에 억류된 국군포로들의 명단과 생사여부를 밝히고 이른 시일내 송환조치를 요구했다.

허태석(許泰碩ㆍ63)회장은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에 국군포로들을 방치하는 것은 인권침해나 다름없다"며 "정부가 이 문제에는 시종 무관심과 저자세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성경희씨母,北손자 등에업혀…'감격의 생일상'

전날 딸 성경희(55)씨를 32년만에 만난 이후덕(77)씨는 27일에는 숙소인 평양 고려호텔 객실에서 딸 가족과 조촐한 생일상을 차렸다.

원래 생일은 다음달 7일이지만 굳이 딸의 축하를 받고 싶어 떠날 때 생일케이크까지 준비해 갔다.

딸은 오랫동안 어머니를 챙겨드리지 못한 죄송스러움 때문인 듯 누누이 처지를 '변명'했다.

"이곳에 있으면 장군님이 내 미래와 운명, 그리고 가족들을 모두 책임져 줄 수 있기 때문에 남은 거야. 남에서는 엄마가 내 운명을 책임지지 못했을 것이잖아. 난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

엄마." 그러면서 성씨는 북에서 최고로 여기는 '표창'인 김일성 주석 친필사인 시계를 보여주었다.

노모는 그런 딸이 못내 안쓰러운 듯 연신 손을 내저으며 달랬다. "그래 다 안다. 니가 말 안해도 난 다 안다. 잘 사는 모습을 봤으니 돌아가면 엄마도 더 이상 네 걱정은 하지 않을 꺼야."

손자 임성혁씨는 "할머니, 한번 업어 봅시다"라며 할머니를 선뜻 등에 업고는 "가지말고 이 손자랑 같이 살아요"라고 한껏 '응석'을 부렸다.

이씨는 손녀 소영씨에게는 "널 주려고 내가 직접 짰다"며 목도리와 모자를 손수 감아주고 씌워 주었다.

/평양=공동취재단

■KAL납북자 생존 추가확인

1969년 납북된 대한한공 YS-11기의 기장과 부기장, 승무원 2명이 북한에 모두 생존해 있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승객 46명 중 끝내 돌아오지 못했던 7명의 소식은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당시 여승무원 성경희(成慶嬉ㆍ55)씨는 26일 어머니 이후덕(李後德ㆍ77)씨를 만나 이 같은 소식을 전했다.

성씨에 따르면 기장 유병하(柳炳夏ㆍ69)씨와 부기장 최석만(崔石滿ㆍ69)씨는 현재도 북한 공군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최씨는 다시 가정을 이뤄 1남1녀를 두고 있다.

성씨는 또 동료 여승무원 정경숙(鄭敬淑ㆍ55)씨와는 평양에서 가까이 살면서 자매처럼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책공대 교수와 결혼, 1남2녀를 둔 정씨는 92년 자수간첩 오길남에 의해 대남방송 '구국의 소리' 아나운서로 일하는 사실이 알려졌었다. .

정씨와 성씨는 창덕여고 동기로 이화여대 사회생활과를 나온 정씨는 1968년에, 연세대 도서관학과를 졸업한 성씨는 이듬해 대한항공에 각각 입사했다.

대한항공 YS-11기는 69년 12월11일 강릉을 출발, 서울로 향하던 중 승객을 가장한 고정간첩에 의해 납북된 뒤 66일만인 70년 2월14일 기체와 승객 39명만 돌아왔다.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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